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경상북도의 산

경주 오봉산(632m) : 2014. 2. 8. 우리강산산악회

딜라일라 2017. 12. 21. 23:11


백제 군사의 무덤이 된 여근곡이 있는 산이 오봉산(五峰山)이다

신라 선덕여왕이 즉위한 지 5년이 되던 어느 날. 한겨울인데도 궁 서쪽 옥문지(玉門池)에서 개구리 떼가 사나흘 울었다

신하들이 괴이하다며 여왕께 물었다. 여왕은 "정예병사 2천 명을 모아 빨리 서녘 교외로 달려가 여근곡(女根谷)을 찾아가라

그곳에 반드시 적병이 숨어 있을 것이니 습격해서 죽이라"고 명령했다

각간 알천과 필탄이 군사를 데리고 여근곡을 찾아갔다 

과연 여왕의 말대로 백제 군사 500명이 매복하고 있었다. 백제 군사들은 그 자리에서 몰살당했다

여왕의 예지에 탄복한 신하들이 물었다. 여왕은 "개구리가 겨울철에 시끄럽게 우는 것은 병란의 조짐이요

옥문(玉門)은 여성의 음부이니 그 빛이 희고 흰색은 서방의 빛이므로 적병이 서쪽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답했다

여왕의 지혜와 신묘함을 알려주는 이 삼국유사 기사는 선덕여왕을 말할 때면 자주 등장하는 얘기다  (펌)

 



10:20   여근곡 성테마박물관 출발

이 박물관은 경주가 고향인 박용(79세)관장이 40여년간 수집한 남근과 여근을 닮은 희귀 수석들을 전시하고 있는 곳으로

대인 5천원, 소인3천원의 입장료가 있다 


女根谷 전경


女根谷은 짤막한 골짜기 두 개가 잘록하게 들어간 지형을 양쪽에서 둥글게 감싼 모양이다

생김새가 요상하다 보니 별난 일화도 많은데 

조선시대 때 과거 때문에 한양으로 가던 선비들이 여근곡을 안 보려고 고개를 돌렸고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이 여근곡 일대에서 진격을 멈추는가 하면   미군들은 이 골짜기를 보며 환호했다고 한다

 


< 자료사진 : 만추의 여근곡 >



 경부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통과




갈림길에서 왼쪽 유학사 방향으로


10:35   유학사
담장도 없는 유학사  왼쪽 언덕에 등산로 푯말이 있다
유학사 대웅전 좌측에 '여근곡 청정수'라는 샘터가 있는데

바로 산속 여근곡 샘에서 호스로 끌어온 물이라고 한다


< 참조사진 : 유학사 여근곡 청정수 >



유학사에서 7분정도 올라가면 玉門池가 있다는데 보지도 못했다

산행대장의 말에 의하면  옥문지는 조그만 웅덩이 정도의 크기인데  물도 없어 평소에도 식별이 잘 안되는데

오늘은 눈이 쌓이다보니 아예 보이지를 않은 모양이란다

옛날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았고, 옥문지 근처에 백제군이 숨어 있었던 골짜기가 있었으며

작대기를 옥문지에 넣고 저으면 여자들이 바람이 잘 난다고 해서 전에는 마을 청년들이 샘을 지키기도 했다고 한다


< 자료사진 : 여근곡 샘 >


어제 부산에는 종일 비가 왔는데  이곳 산위에는 눈이 내렸는지

새하얀 눈이 온 천지를 덮고 나무위에는 설화가 만발하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11:05   쉼터

 



잔뜩 찌부린 날씨가 기어코 눈을 뿌리기 시작하면서 설화는 더욱 아름다워지지만

사위가 모두 흰색으로 덮여 주변 조망은 아예 보이지를 않는다

 


11:55   알바를 하고 돌아온  안부삼거리 (119-04)

여기에서 오른쪽 정상으로 올라 갔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와서 왼쪽으로 하산을 해야 하는데

선두 산행대장의 실수로 선두조 8명은 왼쪽으로 10분 정도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알바를 하는바람에

이제는 맨 후미가 되어 눈보라를 헤치며 올랐다


전망대의 멋진 소나무도 눈을 잔뜩 짊어지고 있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은 모습이다







12:15   주사암으로 가는 임도

잠시동안 임도를 따라 가다가 이곳에서 오른쪽 산길로 올라 정상을 향해 진행한다
 

12:20   코끼리바위
그런데, 눈에 덮혀서 그런지 아무리 살펴봐도 코끼리를 닮은 곳을 찾지 못하겠다

 

< 참조사진 : 코끼리바위 >


12:25   오봉산 정상 도착 (산행시간 : 2시간 5분)

정상에는 평평한 땅에 집채만 한 바위가 가운데 있고 그 위에 정상석이 있다



정상석에는 높이가 685m로 되어 있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632m로 되어 있다

오봉산은 낙동정맥에서 동쪽으로 튀어 나온 산으로서

경주 五峰山은 다른 오봉산과는 달리 정상 이외에 나머지 4개 봉은 이렇다할만한 특징없이 밋밋하다

 

- 주사암의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 암자 입구의 큰바위 -

예전엔 오봉산을 주사(朱沙)바위가 있다 해서 '주사산'으로도 불렀고 

주사암도 이 바위에서 이름을 빌렸는데  주사바위엔 전설이 있다

신라시대 때 왕의 총애를 받던 궁녀가 밤마다 이상한 기운에 홀려 정체불명의 바위 아래로 갔다가 새벽이면 돌아왔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이 궁녀에게 바위에다 '주사로 표시하라'고 지시했고

다음날 군사들이 오봉산을 뒤져 붉은색 흔적이 있는 바위를 찾아냈다고 한다 

하지만 후세에 와서 어떤 바위가 주사바위인지 추측이 엇갈렸고 

산꾼들은 절 앞 큰 바위에 붉은 흔적이 어렴풋이 남아 이 바위를 주사바위로 추정한다고 한다  (펌)


12:35   주사암


朱沙菴은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라 한다

우리나라 초.중.고 교가에  '이은상 작사. 홍난파 작곡'이 많듯이

우리나라 오래된 고찰은 대부분 신라시대 처음 세워진 절로서  '의상대사나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이 많고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이 우리나라에만 해도 수도 없이 많다


주사암에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넓다란 '마당바위'

 

김유신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와서 놀았다는 곳으로

(김유신 장군이 단칼에 두조각 내었다는 바위가 있는 단석산도 이 인근에 있다)


<참조사진 : 단석산 정상에 있는 단석>

 

지난 2009년 12월 드라마 선덕여왕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마당바위의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내리는 눈으로 인해 주변이 온통 회색으로 뒤덮혀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 참조사진 : 마당바위 >




다시 주사암으로 돌아와  공양간 처마 밑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13:15   하산 시작




잠깐 눈발이 그치며 진행방향의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13:40   다시 되돌아 내려온 안부삼거리

 

하산길은 제법 경사가 있는 내리막에 낙엽위의 눈이 녹으면서 무척 미끄러워 조심조심 애를 먹고 내려오니

어느새 눈은 그치고 온 사방이 훤하게 시야가 트인다


 성암사는 바로 위에 있는 절이고,

복두암은 아까 하산할 때 왼쪽으로 크게 꺽어 방향을 트는 지점에서

진행방향  바로 앞에 솟아있던 봉우리(지도상의 571봉) 밑에 자리잡고 있는 암자이다

 

14:35   성암사


성암사에서 부터 송선리 버스정류장까지는 포장도로이다


 송선리 인근에 단석산이 있는데  여기서는 단석산이 보이지를 않는다

뒤 돌아본 오봉산 쪽 모습

 

14:40   버스정류소 도착/ 산행 종료 (총 소요시간 : 4시간 20분)


부산으로 돌아 오던 길  통도사 휴게소에서 올려다 본  눈덮힌 영축산 정상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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