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산행은 산이 주 목적이 아니다
다름아닌, 지금으로부터 약50여 년 전인 1970년대 초반
친구와 함께 속리산으로 가면서 버스를 타고 넘었던
그 추억의 구곡양장(九曲羊腸) 말티고개를 한번 더 보기위함이다
산행 시작점이 해발400m 고도라서 산행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산행 들머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서원리 소나무를 잠시 보고 간다
이 한마음산악회는 산행길 주변에 유적지가 있으면 가능한한 둘러보는 것이 장점이다
천연기념물 제352호인 수령 약600년의 서원리 소나무
속리산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송'과 부부소나무라고 하여 '정부인(貞夫人) 소나무'라고 부른다
11:32 갈목재 출발
갈목터널 개통으로 용도폐기된 옛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르다가
철조망 사이의 빈틈을 비집고 산으로 오른다
11:52 능선
산길은 처음부터 바짝 일어서 있어 된땀을 흘리며 10여 분 오르니 능선을 접하면서 부드러워진다
평탄한 길을 따라 기분좋게 조금 더 진행을 하면
12:03 서원봉 정상이 나온다 / 산행시간 : 31분
나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함께 오른 86세 노익장을 자랑하시는 '권형님'
숲으로 닫힌 깜깜한 산길을 걷는데 왼쪽으로 나무숲이 열리면서 잠깐이나마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12:20 화엄이재
앞서 간 일행들이 화엄이재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 나도 고구마 3개로 간단식을 한다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없는 봉우리를 한 두 개 넘어서면 .....
비로소 시야가 트이면서 진행방향의 산들이 조망된다
오른쪽으로 잠깐 임도가 보이고
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을 하면
13:10 드디어 보습산 갈림길이 나온다
그런데, 이정목에는 보습산 대신 숲속의집(휴양림)이 직진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며
나중에 가야 할 오른쪽은 '정상'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어 사람을 헷갈리게 하였지만
이 '정상'이란 곳이 어디를 말하는지는 나중에 알게 된다
조금전의 그 보습산 갈림길에서 급한 내리막 계단길을 내려와 직진을 하면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에는 아예 직진방향의 팻말이 없다
즉, 보습산까지 가는 동안에 나오는 이정목에는 아예 '보습산'이라는 글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좌우지간, 이정목의 안내도 없는 직진길을 계속해서 더 가면 드디어 보습산 정상이 나온다
13:23 보습산 정상 / 산행시간 : 1시간 51분
이렇게 버젓한 정상 팻말과 삼각점까지도 있는데 이정목에는 왜 아무런 안내가 없을까?
모를일이다~
어쨋든 보습산 정상 인증샷을 날리고
다시 급한 계단길을 힘들게 올라
13:38 되돌아 온 보습산 갈림길
보습산 갈림길로 되돌아 와서 이제는 왼쪽의 '정상'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13:50 이정목이 있는 564.2봉 도착
여기에 와서 의문이 풀렸다
지나온 서원봉이 546m(지도에는 544.1m)였고, 보습산이 548m(지도에는 550.1m)였으니
564.2m인 이곳이 여기에서는 제일 높은 봉우리이기 때문에 이정목에는 여기를 '정상'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가 실제 보습산 정상이 아닌지?
제일 높은 이곳에 보습산 정상 팻말이 없고, 아까의 그 548m봉에 보습산 팻말이 달려 있는 것인지?
의문을 뒤로하고 이제 말티재를 향해 하산을 한다
13:50 말티재 정상 도착
꼬부랑길 이정표를 따라 말티재 전망대로 간다
말티고개 마루에 성처럼 쌓은 건물의 카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
말티재 전망대가 나온다
높이 20m의 말티재 전망대는 불과 2년 전인 2020년 2월에 세워졌다
말티재 전망대 꼭대기에 오르니 드디어 고대했던 풍광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구곡양장(九曲羊腸) 꾸불꾸불 열두 구비 가파른 고갯길이 50년 전의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고려 태조 왕건, 조선 태조 이성계, 세조 등이 넘었던 고개다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을 오르면서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 길을 닦도록 명하고
얇은 돌을 운반하여 3~4리나 깔은 것이 시초라 하고,
세조가 속리산에 행차할 때에 경사가 급해 가마로 넘기 어렵자
말로 갈아타 고개를 넘었다고 말티고개(말티재)라고 불렀다
그 뒤 인도(人道)의 형태로 존재하였지만 현대적인 형태의 등산로로 개설된 것은 1924년이었고
이때 최초로 자동차와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길이 개통되었으며
이후 1967년 도로폭을 15m 정도 확장시켰으며 1980년대에는 인도를 깔기도 했다
지금은 고속도로와 터널이 개통되고 속리산으로 바로 가는 넓은길이 여럿 생기면서
이 오래된 구불길은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추억속의 길이 되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도라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듸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 열두구비 구불고개 반대편의 솔향공원에 주차해 있던 산악회 버스는
나중에 이 꼬부랑길을 곡예하듯 내려가면서 오늘의 대미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추억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린다
고개 마루의 건축물은 보은성(報恩城)과 자비성(慈悲城)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도로 아래 솔향공원으로 간다
짚라인
어린이 놀이시설물
꼬마열차
모노레일
스카이바이크 공사가 한창인 솔향공원에 도착을 하고
14:38 모든 산행을 종료한다 / 총소요시간 : 3시간 6분
산행과 말티재 관광을 모두 마쳐도 오후3시가 채 되지 않는다
산악회는 계획대로 10여km를 달려 인근의 삼년산성 아래에서 뒷풀이를 하기로 하고
1시간 동안 삼년산성을 둘러볼 시간을 준다
이 산악회는 이런 면이 좋아서 10여년 전부터 자주 같이하고 있다
삼년산성의 규모가 여타 산성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웅장하고 크다
서기 470년 신라 때, 축성을 시작한 지 3년만에 완성되어 삼년산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데
이후 아무도 이 성을 점령하지 못한 철옹성(鐵甕城)이라고 한다
여기 삼년산성이 다른 산성과 차이를 보이는 점은 바로 성벽의 두께인데
그래서 난공불락의 철옹성이었나보다
삼년산성 성벽의 외측 하부에는 성벽의 전체 구간에 걸쳐 보축성벽이 축조되어 있다
서남곡성을 비롯하여 곡성 외측 하부에서 확인되고 있는 2겹의 보축성벽은
조사결과 축조 당시부터 2겹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고대 산성에서 축조 당시부터 보축성벽을 2겹으로 축조한 경우는 현재까지 삼년산성에서만 확인되는 것으로서
이는 곡성이 더욱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기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서문에서 북문으로 올라가는 길
서문터에서 남문으로 오르면서 성 안을 한바퀴 휘둘러 보기로 한다
남문으로 오르면서 뒤돌아 보이는 성의 위용
남문
성 안의 한가운데에 기와건물이 보여
망원으로 당겨보니 절 같이 보인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것은 보은 대야리 고분군(古墳群)이다
동문
동문 너머로 멀리 12구비 말티고개 쪽이 조망되지만 육안으로는 분간이 어렵다
북문
보은사
미륵전
보은사 미륵전의 석조 여래입상
성 한바퀴를 돌고 서문으로 돌아와 삼년산성 답사를 마친다
삼년산성 답사를 마친 뒤 뒷풀이 하산식이 열리고
차디찬 막걸리를 몇 잔 연거푸 들이키니 그제서야 갈증이 사라지고 속이 시원해진다
오늘따라 안주가 무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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