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부산,경남의 산

의령 벽화산(522m)-상리산(512.6m) : 2020.10.11 나홀로

딜라일라 2020. 10. 11. 22:38

 

마땅할,옳을 宜, 편안할 寧

이름 그대로 의로움이 가득하여 평안한 땅  의령(宜寧)은 충절의 고장으로

망우당 곽재우와 백산 안희제가 이 땅 의령에서 탄생했다

임진왜란 때 망우당 곽재우(1552~1617)가 의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했고

일제강점기 백산 안희제(1885~1943)가 민족자본을 일궈 국부의 기초를 닦고 항일운동의 재정적 숨통을 틔웠다

오늘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결사항쟁의 흔적을 좇아 벽화산성을 끼고 있는 의령 벽화산(碧華山)을 찾았다

 

 

벽화산은 자굴산을 지나온 진양기맥이 눈길조차도 주지 않고

남쪽에는 낙남정맥이 산의 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남강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정맥, 지맥, 기맥과는 한 오라기의 인연도 없는 그래서 태생부터 외로운 평지에 홀로 선 산이다

 

10:00   운곡마을회관 출발

사상에서 8:30 출발하여 의령터미널에 9:40에 내리니 운곡마을로 들어가는 농어촌버스는 11:20에 있다

2시간이나 기다릴 수 없어 택시를 타고 들어가니 10분 정도 걸리는데 요금은 7천7백원이다

 

마을을 빙 둘러 싸고 있는 벽화산을 보면서 길을 따라 북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추석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논의 벼이삭이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시다

 

출발 3분여 만에 만나는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는다

 

마을을 지나 산허리를 따라 난 임도를 따라 계속 오른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평안하게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운곡마을과 척곡마을 전경

 

10:25   임도 준공기념비

넓직한 공터인 여기에서 시멘트 포장 임도는 끝이나고 흙길이 시작된다

 

이 마을 출신 재일교포가 거액을 희사하여 임도를 개설하였다는 기록이다

 

준공기념비에서 흙길을 따라 조금 가면 길 가에 '벽화산성 고분군 비석'이 서 있는데

한때 능선 주변에 가야시대 고분들이 있었지만 도굴과 훼손이 심해 지금은 흔적만 겨우 남아 있다고 한다

 

준공기념비에서 5분 정도 가면 등산로 오른쪽에 벽화산성 동문터가 있다

 

벽화산성 동문터

 

우물터도 있다고 했는데 보이지가 않아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니

 누군가가 기거하고 있는지 움막이 있지만 우물터는 보이질 않는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대숲을 지나면

 

벽화산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갈림길 오른쪽에 벽화산성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10:37   벽화산성터

 

가야 시대 때 부터 있던 고성으로 조선 시대에 성을 수리하여 사용하였다고 하는데

  임진왜란 때 곽재우가 왜적을 방어하기 위해 급히 성을 덧대어 쌓아 올렸다는 설명이다

 

임진왜란 때 홍의장군 곽재우가 이 성에서 왜적 수천 명을 섬멸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산성에 서니 의령읍내가 뚜렷하게 보이고

의령천 옆 남산 기슭에 있는 의병장 곽재우 장군과 그 휘하 장병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충익사(忠翼祠)도 보인다

 

가까이 당겨 본 의령 읍내 전경

 

왼쪽의 남산과 오른쪽의 안산

 

10:55   349m봉

산성에서 나와  마을 공동묘지를 지나 349봉에 올라

 

이정표의 삼거리 방향으로 내려선다

 

5분만에 만나는 수암마을 갈림길 삼거리

 

오늘의 답사로 산길에는 의령군에서 설치를 한 듯한 이런 시그널이 계속 보이는데

나무 둥걸에 못과 침으로 무식하게 박아 둔 작태가 영 눈에 거슬린다

 

어느 봉우리 정상에 있는 예사스럽지 않은 바위

마을 주민들이 가뭄 등 마을에 문제가 있을 때 기우제나 제사를 드리는 바위라 한다

 

정상 인근에는 망주석(望柱石) 두 개가 서 있는 예사롭지 않은 무덤도 보인다

 

비문을 자세히 살펴보니 가선대부(嘉善大夫)란 글이 보인다

가선대부란 조선조 종2품 품계인데 그렇다면 아주 높은 자리에 있던 지체 높은 대신이었다

 

11:35   벽화산 정상 / 산행시간 : 1시간 35분

 

의령군청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고

碧華란 푸른 빛이 빛난다는 말인데, 정상 조망은 어둑어둑하기만 하다

 

베낭위에 카메라를 얹어 놓고 셀프타이머로 인증샷도 박는다

 

정상에서의 하산은 이정표의 임도 방향이고

 

11:53   임도

하산 10여 분 만에 임도를 만난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 송전탑 아래 오르막으로 진행한다

 

헬기장

산행개념도의 벽화산 정상 아래의 헬기장도 헬기장인지도 모른채 지나왔었는데

512.6봉 아래의 이 헬기장도 이미 헬기장의 기능은 상실한지 오래된 것 같다

 

12:12   512.6m 봉 / 산행시간 : 2시간 12분

트랭글에서 배지를 주는데 산행개념도에서나 다음 지도에서도 나오지 않는 '상리산'이란 이름으로 나온다

 

자굴산

상리산 정상(512.6봉)에서의 조망은 서쪽의 지리산 일대는 막혀 있지만

나머지 방향은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데

북쪽으로는 자굴산이 지척거리에 그 모습을 보이고 있고

 

그 오른쪽 북동쪽으로는 멀리 가야산 줄기가 아련히 보이고

 

동쪽으로는 창녕의 화왕산이 모습을 보인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느 산 줄기가 화왕산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남쪽으로 낙남정맥의 여항산과 무학산 등이 조망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구분은 쉽지가 않다

이렇게 벽화산은 평지 한 가운데에 홀로 선 외로운 산이다

 

제철 만난 구절초가 싱그러운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올 들어 처음 접하는 용담은 벽화산의 푸르럼을 대신하고 있다

 

12:34   하산

상리산 정상에서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하산을 하는데

산행안내기에는 산불감시초소 동쪽 끝에 하산 길이 있다고 했는데 억새와 풀숲으로 보이지를 않았다

하산 길이라고는 올라온 길 직진으로 난 뚜렷한 길 밖에 없어 그 길을 따라 내려갔는데

  

처음엔 급경사 길이 짧게 시작되더니 이내 길은 유순해 지는데.....

 

12:43   임도 만남

하산 15분여 만에 만난다는 임도를 10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만난다

임도를 곧바로 횡단해서 솔숲으로 들어가라고 했는데

임도 반대편은 경사가 제법 진 까꾸막이고 길도 보이지를 않는다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제법 뚜렷한 길이 보여 내려가는데

무덤 2기 까지는 길이 연결되다가 이후에는 길이 끊긴다

핸드폰의 트랭글 지도를 보니 능선에서도 벗어나 있어 다시 올라왔고 (10분여 알바~)

상리산(512.6봉)으로 다시 올라가서 하산 길을 다시 찾아 보려고 하다가  

그냥 임도를 따라가다가 만나는 조우 지점에서 제대로 산행개념도대로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임도를 따라 가고

 

상리산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과는 산 모퉁이 저 지점 쯤에서 만나게 될 테니 

저곳에서부터는 산행개념도에서 안내하는 길을 찾아 내려가면 되겠지 했는데 ............

트랭글의 지도를 계속 보면서 갔는데도 임도에서 능선으로 내려서야 할 지점 주변에는 

오른쪽 아래로 내려서는 길도 보이지를 않고 산악회의 리본들조차 보이지를 않으니

( 진주 삼현여중고 산악회의 리본 하나가 지형도의 합류지점 왼쪽의 나무가지에 걸려있는 것 밖에는....) 

경사가 제법 진 길 없는 까꾸막  나무 숲속을 고생하며 헤치고 내려가기 보다는

그냥 임도를 따라 꼬불꼬불 내려가기로 작정을 한다

 

한여름이라면 따가운 햇살과 더위에 짜증이 날 임도길이지만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가을의 정취를 온 몸으로 즐기며 쉬엄쉬엄 내려가다 보니

저 앞에 오늘의 최고봉인 벽화산 정상이 모습을 보이고

 

척곡소류지도 눈에 들어온다

 

망원으로 당겨 본 척곡소류지 모습

 

그렇게 한가로이 걷다가 임도를 벗어나 도로로 내려서니

 

13:44   바로 척곡소류지다 / 산행시간 : 3시간 44분

 

척곡소류지에서 도로를 따라 운곡마을회관 쪽으로 내려 가다가 

운곡강당을 보기위해 잠시 오른쪽으로 빠져 올라가니 운곡강당 바로 아래에 넓다란 묘지가 나온다

 

비문을 보니 여기도 가선대부를 지낸 지체높은 할아버지를 선조로 모신 집안의 가족묘인 것 같다

 

14:00   운곡강당

100여 년 전 의령의 유림들이 세운 마을서당이있던 이 강당은 

10여 년 전만 해도 벽화산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여기에서 글을 배웠고

지금은 3월 초에 제사만 지낸다고 한다

강당 뒤에 주자(朱子)를 모신 도동사가 있다고 하는데

아까 그 가족묘의 가선대부를 지냈던 대감이 신안 朱씨 였는데 그 집안에서 세운 것 같다

 

 14:06   원점회귀한 운곡마을회관 / 총산행시간 : 4시간 6분

3기10분에 의령으로 들어가는 농어촌버스가 온다는데 1시간이나 남았다

아침에 택시를 타고 왔는데 거리가 얼마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걸어가도 되는 거리라고 한다

여장을 마무리하고 걸음을 옮긴다

 

마을 입구 큰 도로변의 홍의청소년수련원을 지나 왼쪽 의령 쪽으로 간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따라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한참을 가니

의령읍 조금 못 미친 지점에 덕곡서원이 보인다

 

덕곡서원(德谷書院)은 퇴계 이황(李滉)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었으나

1660년 헌종1년에 사액을 받아 사액서원으로 승격이 되었고

1869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진 뒤 복원되지 못하다가

1902년과 1992년에 중건되었다

퇴계 이황의 처가가 이곳이었다고 한다

(다음 백과 참조)

 

2009년 6월  자굴산 산행 때 동기들과 건넜던 다리

 

운곡마을회관에서 45분간을 걸어 도착한 의령버스터미널

터미널 도착시간이 3시이니, 운곡마을에서는 아직 의령으로 가는 버스도 도착도 하지 않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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