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충청도의 산

보은 구병산(876m) : 2017.3. 26 벚꽃산악회

딜라일라 2017. 12. 31. 01:25

 

오늘은 산림청 100대 명산 미답산 14개 중의 하나인 구병산을 오른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의 천왕봉과 구병산, 그리고 금적산(金積山) 등 세 산을

 '報恩 三山'이라고 일컬어 왔는데 

속리산은 夫山이고, 구병산은 婦山, 금적산은 子山이라는 기록도 전해진다고 한다

즉, 구병산은 속리산의 아내격인 것이다

 

 

보은군청에서는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1999년 '충북 알프스'로 호명하며 관광상품으로 널리 홍보하고 있는데

구병산과 속리산의 주능선은 물론 상학봉, 묘봉 등의 서북릉도 포함되어 있어

구병산은 이 산길 혹은 산군의 기점이자 종점이 된다

 

 

 

 

 

 9:50   주차장 출발

부산에서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약3시간을 달려 보은군 마로면 적암리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한 후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 보은 위성지구국의 대형 안테나가 눈에 들어 오는데

 

 

병풍처럼 펼져져 있다는 구병산의 위용을 보기 위해서 산을 보니 짙은 비안개로 그 모습은 보이지를 않는다

오늘 일기예보에는 오후 3시경 비가 온다고 했고, 산악회에서 주어진 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예정대로 3시 30분 이전에 산행을 마치면 비는 맞지않겠다 싶어 모두들 서둘러 산으로 오른다

 

 

나중에 하산을 할 때도 만나게 되는 적암리 마을회관에서 왼쪽 골목길로 꺾으며 산행을 시작하는데

하산시에는 이 마을회관 오른쪽 넓은 길로 나오게 된다

 

 

마을회관 옆 골목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인원점검과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푼다

 

 

산길은 위성지구국 울타리를 따라 숨은골 계곡으로 들어가게 된다

 

 

 

10:40   쌀난바위
 협곡을 이룬 단애 아래 반쯤 팬 구멍의 모습인 쌀난바위에 대한 전설은

 기록을 찾아봐도  보지를 못했지만  아마도 가지산 쌀바위의 전설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쌀난바위 주변에 이런 동굴 비슷한 것도 있다

 

 

쌀난바위 바로 위에 있는 철제계단

 

 

 

 

숨은 골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런 돌길이 계속되는데다가 

중간에 한번도 평평한 구간이 없는 된비알 오르막의 연속이라 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숨이 차다 

부산일보에서 슴은골을 들머리로 선택한 것은 처음에는 힘든 이 길을 오르고

나중에 하산할 때는 신선대에서 순한 지능선을 타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하산을 하도록 배려한 것이리라 

 

 

그런데 주능선 안부를 조금 남긴 지점에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오후 3시경 비가 온다고 했지만 12시도 안되어 눈이 내리는데,  모두들 비보다 눈이 낫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나중에 정상을 향해 짧은 구간을 오를 때야  잘못 생각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는 눈을 밟고 오르는데 이제 저 위로 주능선 안부가 보인다

 

 

11:17   정상 밑 주능선 안부 도착

구병산 정상은  이제 왼쪽으로 100m만 가면 되는데 여기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정상은 산의 북쪽 사면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올라올 때의 남쪽과는 달리 그새 눈이 한겨울 처럼 많이 쌓여 있었다

먼저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위험하니 아이젠을 차라고 소리치지만

4월을 코 앞에 둔 3월말 산행에 아이젠을 준비한 사람은 몇 없다

여자들을 비롯한 몇몇은 정상을 포기하고 되돌아 가기도 했지만

어렵게 온 100대 명산을 포기할 수가 없어 엉금엉금 기면서 미끄럽고 비탈진 산허리 길을 올라 기어코 정상에 오른다 

 

 

11:25   구병산 정상 도착 / 산행시간 : 1시간 35분
우여곡절 끝에 정상에 올랐는데 막상 정상에는 눈이 없다
그러고보니 정상은 남쪽을 향해 드러나 있어 눈이 쌓이지를 않은 것 같은데
정상을 밟은 기쁨과 함께  다시 내려갈 일이 걱정이다



九屛山 정상
병풍을 두른 듯이 웅장한 아홈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연이어져 빼어난 경치를 보인다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서원리에서 시작되는 충북알프스의 들머리 산줄기는 물론
앞으로 가야 할 암봉과  북쪽의 속리산 자락이 모두 다 조망된다고 하는데

오늘은 내리는 눈 속에 모든 것이 숨어 버렸다



구병산 정상의 이정표

우리의 예정코스인 신선대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아까의 그 주능선 안부 갈림길로 돌아가야 한다

 

 

2005년도에 발견되었다는 풍혈은 정상 조금 아래 급경사 계단을 내려가면 있다

 

 

 

우리나라 3대 풍혈의 하나라는 구병산 풍혈
청도 방음산(호거대) 정상 아래에 있는 풍혈보다 규모가 작은 것 같은데 ~~~또 다른 풍혈

 

 

어렵게 정상을 내려와 동봉인 853봉을 향해 가는 도중의 어느 봉우리



산 능선과 남쪽 사면에는 눈이 별로 없지만
이런 북쪽 사면에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853봉을 가기 전 절터를 거쳐서 올라온 산행객들이 능선에 올라 쉬고 있는 모습을 본다

 

 

 

853봉을 향해 오르는 험한 암벽길

 

 

구간은 우회하는 길이 없어 밧줄에 의지하여 이 암벽을 올라야만 한다



 

 

12:20   동봉인 853봉 도착

853봉에서부터 신선대까지는 구병산 9폭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구간이라는데 제대로 절경을 볼 수가 없다

 

 

이미 눈은 그쳤지만 안개구름은 비경을 꽁꽁 숨겨놓고  다른 날 다시 올라오라고 유혹을 하는것 같다

 

 

 

12:25   점심식사

853봉을 내려와 같이 동행하던 일행 한 명과 같이 점심을 먹는다

 

 

12:45   출발

20분간의 짧은 식사를 마치고 신선대를 향해 형제봉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신선대 쪽에서 853봉을 오르는 길은 위험한 구간이 있어

우회길로 안내하는 안내판이 몇군데나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 아래를 조망도 해 보았지만 시계가 영 시원찮다

 

 

13:10   신선대 도착

신선대는 853봉을 되돌아 나와 만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 사면길로 이어진다

 

 

신선대는 동북쪽 방면의 조망이 시원한 곳으로

봉황산을 거쳐 형제봉,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가 조망된다는 곳이지만 

오늘은 모든게 감춰져 있기만 하다

 

 

13:19   신선대 갈림길

 

 

신선대에서의 적암리 마을로의 하산길은

이 갈림길 이정표에서 오른쪽 지능선 사면길을 따라 내려서면 된다

이후 하산길은 부드러운 능선길이 계속된다



 

하산하는 동안 자꾸만 뒤돌아 보게 만드는 구병산의 산그리메



13:49   절터 갈림길 도착

여기에서왼쪽으로 오르면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된 토골사 절터를 거쳐 구병산으로 오른다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내려오는데 이른 봄의 계곡에는 간간이 흘러내린 맑은 물이 고여 있다

계곡에서 얼굴과 머리를 씻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 입는다 

 

 

적암마을 입구에 있는 뽀쪽한 모습의  저 봉우리는 시루봉이다

 

 

 구병산을 병풍처럼 뒤에 두르고 있는  평온한 모습의 적암마을을  뒤로하고

 

 

14:29   적암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산행을 종료한다

 총산행시간 : 4시간 39분

 

 

주차장 버스 옆에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추기고 있는데

하늘이 서서이 길을 열어주며 구병산의  장관을 드러내며 보여주고 있다

 

 

왼쪽부터 가까이 당겨 본 구병산의 산그리메

 

 

좋은 날을 다시 받아 한번 더 오라고  그렇게 구병산은 나를 유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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