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주의 구학산-주론산 종주산행 후 오늘은 혼자서 삼척인근의 산인 안개산을 택했다
삼척시 근덕면과 노곡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안개산의 산행들머리는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신흥사 입구에 있는 지금은 폐교가 된 양평초등학교이다
(폐교가 된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있는 송덕비가 주인을 잃고 쓸쓸하게 홀로 서 있다)
학교 옆 신흥사 부도탑 앞의 제법 넓다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다
천년고찰 신흥사 일주문에는 태백산 신흥사라고 씌여 있는데
이 안개산이 태백산 자락에 있다보니 태백산 신흥사라로고 하는것 같다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08호인 설선당은 조선 현종 47년(1771년)에 건립된 'ㅁ' 자형의
홑처마 팔작지붕양식의 전통 고가옥으로 현재 요사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찰에서는 보기드문 구조이다
설선당 외부모습
대웅전 왼편에 자리하고 있는 설선당
대웅전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는 심검당
수령 200년의 배롱나무 속에 소나무가 자연적으로 생육공생하는 이 보호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생명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청련암으로 가는 길 (9:50 신흥사 출발 - 산행시작)
100미터쯤 가면 왼쪽 청련교 위에 청련암 안내표지가 붙어 있다
청련교를 건너면 왼쪽으로 이정표와 함께 삿갓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표시가 되어 있는데
나중에 청련암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된다
10:05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시멘트포장길 오르막을 약15분간 오르면 자그마한 건물의 청련암에 이른다
한겨울에 땀을 흘리는 내가 안쓰러운지 스님이 샘물 한바가지를 떠다가 마시라고 건네주는
그 친절함이 고맙기 그지없다
청련암 왼쪽 화장실 옆으로 본격적인 산길이 펼쳐지고
곧 청련교 입구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마주치게 된다
아름드리 노송이 길목 길목을 지키는 지능선 길은 솔 향기 진동하고
폭신폭신한 솔가리를 즈려밟고 올라가는 참으로 운치 넘치고 정감있는 산길인데
나홀로 산행하면서 몸으로 느끼는 이런 즐거움은 정말 좋기만하다
안개산 정상같은 산 봉우리가 나무사이로 삐쭉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0:55 삼거리 시멘트포장 임도를 만나고 (산횅시간 : 1시간 5분)
삿갓산 방향인 오른쪽으로 조금 가다가 다시 산길로 올라 안개산 정상을 향해 가게되는데 ....
고봉암이 지척이라 일단 암자에 들렀다가 다시 되돌아 오기로 하고 고봉암으로 향한다
왼쪽 저 밑으로 고봉암이 보인다
11:00 고봉암(高峯庵) 도착
이게 신선약수인줄 알았더니 등산안내도를 보니 신선약수는 산길을 따라 한참 더 가다가
등산로 밑으로 조금 내려가야 있는것 같다
고봉암 인근에 있는 민가
(암자의 요사채로 사용하는지 이렇게 높은 곳에 민가가 달랑 한 채 있다)
아까의 삼거리로 다시 돌아가서 왼쪽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지금과는 달리 아무도 가지않은
눈덮힌 길로서 아직도 녹지않은 눈에 종아리까지 푹푹 빠진다
눈이 쌓여 길을 덮고있다보니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제자리를 잡는데까지
적지않은 시간을 헤메었다
11:20
참고로 한 산행기에 나오는 이정표 노송을 보니 겨우 길을 제대로 잡았다싶어 안심이 된다
멀리 맹방해수욕장과 짙푸른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눈을 싱그럽게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눈이 길을 덮고 있어 드문드문 보이는 산행리본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 오르는데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길에 속도는 나지않고 체력소모는 커져만 간다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찹지만 그쪽의 찬바람탓에 약간 얼어붙은 눈위로 가는것이
그래도 눈속에 빠지는 고통이 덜하여 조그만 꾀를 내어보지만 그래도 힘들다
러셀이 안된 눈길이 이렇게 힘이 드는지는 오늘 몸소 체험하면서 알았다
조그만 나무벤치가 있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처음엔 이곳이 안개산 정상인줄 알았다
12:00 안개산 정상 도착 (산행시간 : 2시간 10분)
그런데, 정상표지판에는 밑에 있는 암자의 이름과 같은 高峯山으로 표기되어 있다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에서 삼각대도 사용할 수가 없어 셀카로 인증샷을 날려보았는데
가까이에서 찍힌 내 얼굴모습이 이렇게 못난것이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젊었을 때는 제법 괜찮은 인물이라고 남들로부터 이바구를 들은바가 있었는데 ..... )
12:15 고봉암 삼거리
고봉암에서 바로 올라오면 여기에서 만나게 되는데, 떠들석한 소리가 아래에서 나기에
내려다보니 산악회멤버들도 더 이상 오르는걸 포기했는지 공터에 둘러않아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부터 삿갓봉까지 산악회 멤버들에 의해서
잘 러셀된 길을 바랐던 희망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나중에 산악회 카페를 검색하다보니 이날의 저 산악회는 나도 회원으로 가입이
되어있는 삼척 '가자산악회'였었는데, 송년산행지로서 고봉암까지가 목적이었었다.
마주쳤다면 그야말로 반가운 조우가 될뻔 했었다)
삼거리에서 조금 지나 머리위로 올려다 보이는 삿갓처럼 뽀쪽하게 생긴 봉우리를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코가 땅에 닿는 정도의 가파른 경사길에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때문에
50m정도의 거리를 한참이나 걸려서 겨우 올라서니 그곳이 삿갓봉 정상이 아니고
능선길을 조금 더 가야만 삿갓봉 정상이 있었다
벌써 체력은 고갈이 다 되어가고 1시가 되어가는데 아직 점심도 먹지 못했다
13:00 드디어 삿갓봉 정상 도착 (산행시간 : 3시간 10분)
그런데, 이 삿갓봉 정상의 지형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여기서는 허벅지가 아니라
아예 배꼽 위 허리까지 눈에 빠지는데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잘못하다가 더 깊은 구덩이 위를 짚어 목까지 눈속에 파묻혀 진흙 늪 속에 빠진 것처럼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점점 더 깊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것은 아닌지 .....
좌우지간 허리까지 눈 속에 파묻히는 이런 경험은 60평생 처음이었는데
혼자있는 산속에서의 이런 경험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다
(허리까지 눈속에 파묻혀있는 모습을 셀카로 담아두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지나고나면 다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인데....)
13:10
허리까지 빠지는 공포의 정상부위를 벗어나니 이제는 안심이 되고
곧 하산길이 시작되는 인철봉 삼거리 이정표를 접하게 되는데 이렇개 반가울수가 ...
이제 살았다 싶다
13:30 쌍무덤
여기에서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서면서 몇개의 무덤들을 더 지나는 길로 향해야 하는데
왼쪽편의 비교적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간것이 그만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거의 다 내려가서 마을이 뻔히 보이는 지점에서 벌목으로 길이 막히고 없어져
한참 고생고생을 하고 물가로 내려섰는데 물을 건널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감하였다
마읍천의 물은 겨울답지않게 수량이 풍부하여 신발을 벗지 않고는 건널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천변의 길 없는 가시밭길을 헤치고 상류방향으로 이동할 수 밖에 .....
14:35 마읍천 수중보 징검다리 도착
수중보를 건너고 돌아보니 수중보 조금 위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보이는데
아마도 아까의 그 쌍무덤에서 오른편 길을 선택했더라면 그 길로 내려올것 같았다
수중보를 건너 대평리에서 신흥사 입구까지의 약 2.3km를 걷는 도중
왼쪽으로 대평리경로당 앞을 지나가게 된다
시골 경로당인데 주차장이 무지 넓다
15:10 신흥사 입구 도착 (총 산행시간 : 5시간 20분)
(대평리에서 약 35분간을 걸어와 신흥사 입구까지 되돌아 와서 찍은 삿갓봉 정상 부근 모습)
5시간 20분의 산행이 다른 날보다 무척 힘들었고 몸은 기진맥진이지만
마음만은 날아갈것 같다. 빨리 돌아가서 목욕하고 시원한 맥주 한 잔 하고싶을 뿐이다
마침 산불감시초소 아저씨가 주는 뜨거운 커피 한 잔에 몸을 녹이고 차를 돌린다
(산행 후 삼척온천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후 몸무게를 재어보니
체중계 눈금이 71.95~72.00kg 사이를 왔다갔다 하더니 72kg을 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아무리 빡신 산행을 다녀와도 73kg대를 기록하기도 힘들었는데~~~)
신흥사 입구 인근에 잇는 삼척이 자랑하는 가수 박상철의 생가가 있었다
여기 근덕면 동막리에서 태어나서 삼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인과 함께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서 가수로 데뷔하였다고 한다
옛 생가자리 건물은 지금은 다른이가 조그만 수퍼로 사용하고 있다
'등반사진 > 강원도의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방산(1,577m) : 2012. 1. 14 번개팀 (0) | 2017.12.16 |
---|---|
횡성 어답산(789m) : 2011. 12. 25 이태성과 둘이서 (0) | 2017.12.16 |
구학산(983m)-주론산(903m) : 2011. 12. 17 원주산악회 (0) | 2017.12.16 |
횡성 청태산(1,200m) 2차 산행 : 2011. 12. 4. 이태성, 정철권과 함께 (0) | 2017.12.16 |
삼척 검봉산(682m) : 2011. 11. 27 나홀로 (0) | 2017.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