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방산(碧芳山)은 통영,고성,거제 등 인근 해안 고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산으로서
원래 이름은 '벽발산(碧鉢山)'이었다
'璧鉢'이란 스님들의 밥그릇을 뜻하는 말로서, 이 산이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가
부처의 밥그릇을 받쳐든 채 미륵불을 기다리는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는데
일제 때 느닷없이 이름이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지도상에는 천개산 정상이 잘못 표시되어 있다)
통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644번 버스를 타고 안정사 입구에서 하차하여
안정사를 향해 포장도로를 걷는데 저 멀리 바위암벽으로 이루어 진 벽방산 정상이 보인다
왼쪽은 天開山이고 오른쪽이 碧芳山의 원경이다
버스에서 내려 이곳 안정사 입구까지 약1.5km를 걸어서 왔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641번 버스가 이곳 안정사 주차장까지 오는것이 있지만
하루에 4번 운행하는 바람에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다)
안정사 주차장의 산행안내도
(천개산 정상이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휴게소 있는 곳이 정상으로 그려져 있는것을 볼 수 있다)
10:25 주차장에서 차림을 정리하고 산행시작
통영의 주산으로 일컬어지는 벽방산은 신라 때의 고승 원효대사가 서역으로 가던 중
깨달음을 얻고 발걸음을 돌려 처음 자리잡은 곳으로,
천년 고찰이면서 대한불교 법화종 최대 사찰인 안정사와
의상암 가섭암 은봉암 등 유서 깊은 암자를 끼고 있다
등산로는 임도와 임도 사이로 가로질러 나 있다
10:40 가섭암
부처의 십대제자 가운데 맏형인 가섭존자를 기려
신라 문무왕 9년(669년) 봉진(奉眞)이 창건했다는 가섭암의 저녁 종소리는
그 소리가 은은하고 아름다워 벽방 8경 중 제5경 가섭모종(迦葉暮鐘)이라 명명됐다고 하지만.....
지난 태풍 매미의 피해로 거의 폐허가 되었다가 다시 중건하는 바람에
가섭모종의 옛 모습은 그려볼 수가 없었다
어느새 피기 시작하고 있는 꽃무릇만이 가섭암의 쓸쓸함을 달래주고 있는것 같다
11:10 의상암
벽방8경 중 6경인 의상선대(義湘禪臺)는 산길이 희미하고 급경사로 이루어져 있어
답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신라 문무왕5년(645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의상암은
옛날 번성했던 자취는 간데 없고 인적마저 뜸해 마음이 애잔하기만 하다
물맛이 시원하고 맛있는 석간수
11:25 의상봉 갈림길 능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무계단길을 따라 벽방산 정상으로 계속 향한다
조금씩 조망이 보이고 남해바다가 눈 앞에 펼처진다
시내버스를 내린 안정공단 앞에도 고성 앞바다의 장관이 연출되고 있다
평지 가운데 우뚝 솟아잇는 거류산 전경
거류산 북쪽 방향으로 지난 2009년 9월 번개산행한 구절산-철마산-응암산 산군이 있을터인데
어느 산이 구절산인지 정확히 짚을 수가 없어 안타깝다
벽방산 정상부위 암릉
11:55 벽방산 정상 (산행시간 : 1시간 30분)
벽방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 그대로 이다
가운데 제일 멀리 보이는 섬이 사량도이다
벽방산 정상에서 100m를 내려가면 크고 작은 돌탑들이 수십기가 서 있는 터가 나온다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벽방산 정상 암벽
약30분에 걸쳐 점심식사를 마치고 안정치를 향해 하산을 한다
12:40 나무계단
나무계단이 끝나는 곳 산죽군락지 속에 있는 옛 만리암터 뒤쪽에 우뚝 서 있는 바위벽은
벽방 8경중 제1경인 '만리창벽(萬里蒼壁)'이다
일몰 때 석양에 반사되어 붉게 물든 절벽과 마찬가지로 붉은 빛을 머금은 고성만 바다와
어우러져 가히 황홀경이라고 하는 곳이다
옛 만리암 터 흔적
12:55 안정치 고개마루
임도 옆으로 천개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13:10 은봉암 갈림길
헬기장
천개산 정상의 전망대휴게소(파고라)
13:15 천개산 정상 도착 (산행시간 : 2시간 50분)
天開山은 鷄足山이라고도 부른다
13:25 다시 은봉암 갈림길로 돌아와서 은봉암을 향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한다
(산행지도상에는 이곳을 천개산 정상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현지 산행안내도에 표시된 전망대휴게소가 있는 지점이 정상인것 같다)
저 멀리 아래로 숲 사이 안정사가 보인다
은봉암 내려가는 갈림길 삼거리에서 처음 약5분간은 산길이 낭떠러지 사이로 나 있고
경사가 급하여 위험한 지역을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한다
바위위험지역 한 지점에 홀로 쓸쓸이 산 아래를 내려다보고 앉아 있는 금빛 불상
13:45 은봉암 도착
은봉암 대웅전 처마 옆에는 마치 대장군의 칼을 세워놓은 듯한 바위가 서 있다
이 칼바위는 벽방 8경 중 하나인 隱鳳聖石(제3경)으로 일명 道石이라 일컬어진다고 한다
옛날 벽방산에는 3개의 신비로운 바위가 있었는데 첫 번째 것이 넘어지면서 해월선사가 나타났고
두 번째 것이 쓰러지면서 종렬선사가 나타났다고 전한다
그래서 세 번째로 이 바위가 무너지면 이번에는 어떤 선사가 나타날까 하여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성석이라고 한다
은봉암 대웅전 왼쪽에 샘이 있는데 그것이 벽방 8경중 제7경인 '鷄足藥水'라고 하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샘은 보이지를 않고 이것이 그 샘인듯 한데
벽방8경중 하나라는 것은 옛 말이고 과장된것 같다
14:10 안정사 도착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3시간 45분)
신라 태종무열왕 1년(654년) 원효 스님이 안정사를 창건할 당시에 '의발(衣鉢)을 간직한 채
내세불(來世佛) 미륵을 기다리는 벽발산(碧鉢山)은 참으로 마땅한 절터'라고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안정사는 고찰답게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한겨울에는 소나무, 느티나무들이 모여서 겨울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면서 숲을 이루고 있다하여
벽방 8경중 하나인 寒山舞松(제8경)이라 일컬어진다
안정사 소나무의 빼어남은 영조대왕이 금송패를 내려 보호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성철 스님이 마흔 되던 1951년부터 1954년까지 4년간 은봉암과 안정사 위 천제굴에서
동안거와 하안거를 했다고 한다
만세루 안에는 故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안정사 입구
안정사 일주문
벽방산과 천개산에 둘러싸인 1000년 고찰 안정사의 일주문에
'벽발산안정사(碧鉢山安靜寺)'라고 적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불가(佛家)에서는 '벽방산'이 아니라 '벽발산'이라고 부른다
안정사 부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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