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화장산(花長山)을 900개 산으로 오르고 난 뒤 숙소가 있는 하동 악양으로 돌아가기 전에
용유담을 비롯한, 인근의 가보지 못한 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용유담과 벽송사, 서암정사는 지리산 둘레길 금계-동강코스에 있다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엄천강 유역의 용유담(龍遊潭)은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지점에 있다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전해오는 용유담은 신선이 노니는 별천지로
옛부터 시인묵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았던 곳으로 유명하다
수심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짙푸른 물을 담고 있는 용유담은
점필재 김종직, 남명 조식 등 조선시대의 명사들이 다녀갔던 경승지로서
특히, 강 건너 동남쪽 지리산 자락의 상내봉(와불산) 정상부에 가로로 뻗은 능선에 '부처바위'라는 바위가 있는데
능선과 그 바위들이 합쳐져 마치 누워있는 부터, 즉 '와불(臥佛)'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처 그 신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를 못했다
부처님의 눈과 코 입 턱선 등 옆에서 본 얼굴 모습이 뚜렷한 자연 와불은
용유담 인근의 견불동(見佛洞)이라는 마을의 이름 유래와도 연결되는데
건너편 능선에 누워 있는 부처님을 항상 볼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윗 사진에서 조금만 더 오른쪽으로 카메라 렌즈를 돌렸다면 그 와불산의 비경을 담을 수 있었을 것인데... 쩝~
용유담 답사를 마치고 차를 돌려 벽송사로 왔다
벽송사(碧松寺)는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지리산 칠선계곡에 있는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며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하여 도를 깨달은 유서 깊은 절이다
〈벽송사 사적기〉에 의하면 1520년(중종 15)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그뒤의 역사는 자세히 알 수 없으며
6·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左 안국당(安國堂)
右 청운당(淸雲堂)
우리나라 선불교의 종가로 불리는 벽송사는
16세기 중창돼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수행한 유서 깊은 절이지만
6·25전쟁 이후 지리산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어 결국 전투 중에 사찰 전체가 불에 타 없어지는 수난을 겪었다
이후 원응 큰스님은 40여 년간의 원력 불사로 지금의 벽송사로 중창하였다
벽송사 원통전(圓通殿)
원통전은 중생의 원을 낱낱이 들어 준다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모신 곳으로
관세음보살이 모든 곳에 두루두루 원융통(圓融通)하게 나타나 중생의 고뇌를 소멸케 해준다고 해서
圓通殿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 주불전이 아니라 副佛殿일 경우에는 觀音殿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절 위치에서 50m 위에 있는 옛 절터에는 보물 제474호로 지정된 석탑이 있다
스님들의 사리탑을 모신 부도전(浮屠殿)
보물 제474호 벽송사 삼층석탑
원래는 벽송사 대웅전의 동쪽에 있었는데
6·25전쟁 후 중건하면서 절이 아래쪽으로 옮겨져서 지금은 탑만 남아있게 되었고
그리하여 탑의 위치가 법당 앞이 아닌 뒷편에 위치하게 되었다
조선 초기의 3층석탑으로 높이 350㎝이다
조선시대의 석탑으로는 드물게 2중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려 신라의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어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신라 양식의 탑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탑이다
삼층석탑이 있는 절 윗쪽 옛 절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벽송사 전경
벽송사 앞의 지리산 연하봉 쪽 전경
벽송사 답사를 마치고 조금 아래쪽에 있는 서암정사로 간다
일주문을 대신하고 있는 좌우의 커다란 석주(石柱)
서암정사는 원응 큰스님이 벽송사의 500m 아래에
6·25전쟁의 참화로 희생된 무수한 원혼의 상처를 달래고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89년부터 20여 년간 불사를 진행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절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서암정사는 '석굴법당'으로 유명해진 절이다
대방광문으로 가는 입구의 또 다른 석주와 거대한 사천왕상(四天王像) 부조(浮彫)
서암정사의 사천왕상은 경주 석굴암의 사천왕상을 참고하여 조각하였다
좌 광목천왕(廣目天王) , 우 증장천왕(增長天王)
지국천왕(持國天王)
다문천왕(多聞天王)
대방광문(大方廣門)
대방광문을 통과하면 대웅전과 종무소가 나온다
서암정사(瑞巖精寺) 대웅전
2012년에 완공한 대웅전은 아(亞)자형 건축물로 중층구조의 겹처마를 두어
한국 고건축의 선과 미를 극대화하였다
극락전
서암정사의 백미라는 석굴법당으로 들어가는 안양문(安養門)
안양문(安養門)이란 극락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의미이다
안양문을 열고 석굴법당 안으로 들어가면 깜짝 놀라게 된다
20평 가량의 넓이에, 높이 7~8m쯤 되는 내부에는
바닥을 제외한 사방과 천장 암벽에 아미타부처님을 비롯한 8부 신중과
10대 제자가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을 압도한다
그러나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어 아쉽게도 그 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참고사진> 석굴법당 내부
부처님을 중앙에 모시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8대 보살과 10대 제자, 나한, 사천왕 등은 물론
용, 연꽃 조각이 벽과 천장 전체를 빈틈없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입구 제일 안쪽에 있는 지장보살이 든 지팡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섬세해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이 모든 것이 조각된 상을 가져와 짜 맞춰놓은 게 아니고 사천왕상처럼 자연석에 하나하나 조각을 한 것이다
대자연이 빚어낸 동굴의 자연 암반에 하나하나 조각한 모습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제2의 석굴암’ ‘경남의 석굴암’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응 큰스님의 원력과 석공의 노력으로 조성된 석굴법당은
원응 큰스님이 직접 밑그림을 그리는 등으로 20여 년에 걸쳐 조성하였다
법당이 자연동굴이어서 한여름에는 26도, 겨울에도 1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석굴법당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지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석굴법당을 나와 돌계단을 따라 산쪽의 용왕단과 비로전으로 올라 간다
산신각이 있고
돌계단을 더 올라 비로전으로 가면
맞추기 블록을 쌓아 놓은 듯 엄청난 규모의 바위들과
그 바위에 각인된 보살들의 섬세한 미소와 표정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야말로 사찰 전체가 하나의 조각공원이다
1960년 초 빨치산의 야전병원이던 벽송사를 중창했던 원응 큰스님이
20여 년째 진행한 원력 불사의 결정체다
서암정사(瑞巖精寺) 전경
벽송사, 서암정사 답사를 마치고 성삼재를 넘어 하동으로 가면서 달궁계곡 옆을 지난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물놀이 인파로 붐비는 달궁계곡
지리산 달궁계곡은 반야봉, 노고단, 만복대, 고리봉, 덕두봉 등의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달궁마을에서 심원까지 6km에 걸쳐 흐르며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계곡 가운데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계곡 중 하나다
반야봉 아래 중봉 조금 못 미친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가면 심원계곡이 나오고
심원계곡을 따라 하산하면 심원마을에서 다시 달궁계곡의 끝부분과 만날 수 있다
달궁계곡에서 잠시 쉬면서 시원한 얼음과자로 갈증을 달랜 후 성삼재로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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