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클링으로 14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보았다는, 경주에서 오천으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에
맛난 동동주도 파는 분위기 좋은 가게가 있는데
동동주도 맛보고 운치 좋은 숲속에서 텐트를 치고 한여름 밤하늘의 별도 보면서
야박도 해보자는 청수와 형산의 강권에 도연과 함께 네 명이 길을 떠났다
그렇게해서 도착한 분위기 좋다는 가게는 경주와 포항으로 나뉘는 고개마루에서도 한참을 내려와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진전리의 조그마한 동네에 자리잡고 있는 평범한 가게였다^^
예전에는 진전리 구판장이었으나 6년 전에 현재의 주인이 인수한 뒤 부터는 구판장 영업은 하지않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상대로 간단한 식사와 함께 동동주를 파는 길가 장사를 하는 곳이었다
각종 산야초 약재들을 넣어 주인장이 직접 제조한 동동주는
달짝지근한 맛에 부드럽게 넘어 가는데 네 명이서 3되를 마셔도 취하지를 않는다
특히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동동주 맛은 나름 추천할만 했지만.....
첫 안주로 주문한 계란옷을 입힌 파전은 별 다른 특징없는 그저그런 맛이었고
주인장이 직접 쑤었다는 도토리묵과 두부김치는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어쨌든, 그렇게 주거니받거니 시장했던 배를 채우고나서
배도 꺼줄 겸 동네구경에 나서는데
가까운 거리에 성불사라는 절이 있다
대한불교 원효종 성불사(成佛寺)
대웅전과 산신각에 요사채가 있는 조그만 사찰이다
동네 마실을 다녀온 뒤 한 시간 동안 화투로 시간을 보내고
바야흐로 2차 여흥에 돌입하는데
준비해온 흑돼지 삼겹살에 마오타이가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오락가락하는 가랑비로 야외 캠핑은 포기하고 가게 추녀밑에 텐트 하나만 치고
그 속에서 네 명이 오붓하게 머리를 맛대고 별바라기 대신 꽃놀이패로 여름밤을 보낸다
1시가 넘어서야, 두 명은 텐트 안에서 자고, 두 명은 가게 별관 소파 위에서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들깨칼국수로 쓰린 배를 달래고
오천읍으로 나가 포은 정몽주의 위패를 모신 오천서원을 답사한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서원재로166번길 32-47 에 있는 오천서원(烏川書院)은
경북 동해안의 유일한 사액서원이자 충절의 표상인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선생을 비롯해
정습명·정사도·정철 등 연일(오천·영일) 정씨가 배출한 4명의 인물을 모시는 유서 깊은 서원이다
1588년(선조 21년) 지방 유림의 공의로 정습명과 정몽주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되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612년 현 위치에 중건되었다
1613년 오천(烏川)이라고 사액되었으며, 1740년에 정사도와 정철을 추가로 배향하였다
이후 1868년에 훼철되어 위패를 땅에 묻고 단을 만들어 향사하다가 1975년에 복원되었다
서원의 문은 닫혀있어 아쉬우나마 담 너머로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포은(圃隱)의 본관이 오천(烏川)인데, 태어난 곳은 외가인 영천 임고(臨皐)로 알려지고 있다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어느 정도 처가에 거주하다 나중에 남편 집에 돌아가는 것)에 따라
포은도 외가 영천에서 태어나 일정 기간 그곳에 자랐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윗대가 대대로 살았던 본가 오천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다시 부모를 따라 영천으로 간 이야기가 오천 지역에 전해져 내려 온다
영천과 오천을 모두 포은 출생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만, 더 많은 문헌에서는 영천을 고향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포은(圃隱)정몽주(鄭夢周)와 관련된 유적은 전국에 여럿 있다
임고서원(臨皐書院)이 1553년 출생지인 영천에 창건된 것을 시작(사액은 1555년)으로
관직 생활을 한 개성에 세워진 숭양서원(1573년 사액), 묘소가 위치한 용인 충렬사(1576년 사액),
1588년 오천서원 등 13곳에서 잇따라 세워졌다
오천서원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일 사림의 발의로
1588년(선조 21년) 선대 옛 거주지인 현 오천읍 구정리(당시 청림)에 건립된 것이다
경내에는 사우, 강당, 동재, 서재, 내삼문, 외삼문, 전사청 등이 들어서 있다
사우 상경사는 3칸 규모의 건물로 정몽주, 정사도, 정철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고
강당인 명륜당은 중앙의 마루와 양옆의 협실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6월 17일 해파랑길 22코스 답사 때
고려 말의 문신이자 충절의 상징인 고려 삼은(三隱)중의 한 사람인
목은(木隱) 이색(李穡) 선생의 생가 터와 기념관을 찾았고
오늘은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선생의 위패를 모신 오천서원(烏川書院)을 찾았으니
삼은(三隱) 중 남은 한 분인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 유적만 답사할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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