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 5매에 현혹되어 얼씨구나 하고 따라 나섰지만
올들어 최고로 덥다는, 바람 한 점 불지않는 염천의 날씨에 모두가 녹초가 되었다
신달이산에서 오디재로 내려올 때 길만 잃지 않았다면 불두산까지 오를 힘은 남아 있었는데
마지막 목적지인 불두산을 밟은 인원은 극소수 강체력들만......
김천시에서 김천의 100대 명산들이라고 홍보는 하고 있다지만
정상표시목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이정표가 없어 중요한 갈림길에서 모두들 몇 번이나 알바를 하였다
덕분에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나 119구급차 신세를 졌다~
10:46 살티재 출발
살티재(김천시 조마면 대방리)는 경북 김천시와 성주시의 경계다
11:15 산행 시작 30분 후 헬기장을 지난다
숲 속이라 그늘은 있지만 바람 한 점 불지않는 오르막길을 오르자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계속 되는 오르막 길에서 마지막으로 급경사 침목 계단을 오르면
11:53 염속산 (厭俗山) / 산행시간 : 1시간 7분
며느리의 학대에 세상이 싫어 이 산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지어진 이름이다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가야 할 산 능선이 보인다
이제 능선에 올라섰으니 지금까지와 같은 급한 오르막길은 없을 것 같아 다행스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가야할 연석산-동대산 방향의 안내는 없고
12:02 850.3봉
여기 이 이정목에도 동대산 방향은 안내가 없다
염속산까지는 오르막길이 힘들었다면 연석산(연석봉)으로 가는 길은
산사면 급한 내리막 갈림길에 이정표가 없어 길 찾기가 어려웠는데
우리 뒷 조들은 여기에서 알바를 하며 오르내렸고 심지어는 연석산을 포기하기도 했단다
좌우간, 쏟아져 흘러내리는 급경사 푸석길을 내려오면서 새벽에 꾼 꿈 때문에 꽤나 오금을 저렸다
그러니, 그 꿈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계시가 현실화 되었다
13:06 겨우 도착한 임도
임도를 버리고 산사면을 치고 올라야 한다
산행 내내 김천의 100대 명산을 홍보하는 리본이 걸려 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이정표가 없다
13:14 연석산(蓮石山)) / 산행시간 : 2시간 28분
정상부에 연꽃 모양의 돌이 있다고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연석산에서 부터는 신달이산까지 완만하게 오르내리는 능선길을 따르면 된다
13:42 동대산(東大山) 정상 / 2시간 56분
지나온 산의 정상마다 정상목은 빠짐없이 설치되어 있는데 중간중간 이정표가 없는 것이 아쉽다
이런 정상목을 설치할 때 이정표까지 같이 설치를 할 수 없었을까
14:19 신달이산 / 산행시간 : 3시간 33분
도중에 점심 먹고 어쩌다보니 여기부터는 나 혼자다
신달이산(新달이山)은 ‘새롭다(新)’에다 ‘달이(月)’를 더하여 ‘새 달이 뜨는 산’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달이산에서 마지막 불두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간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 임도를 만나고
그 임도에서 불두산을 향해 올라야 한다
중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가는데 임도가 나오지를 않아 길을 잘못 들은것 같아
다시 중간 갈림길로 되돌아 가는 도중 내려오는 일행 두 사람을 만났는데 이 길이 맞다고 한다
하지만, 반신반의하며 중간 갈림길까지 다시 올라가서 뒷 조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면서 고함을 치니 오른쪽 아래에서 앞선 일행들의 희미한 응답이 들리지만
도무지 내려서는 길 흔적은 보이지를 않는다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길 끝에서, 이번에는 왼쪽에 보이는 임도 방향으로 나무가지를 헤치며 탈출을 하였다
15:15 임도 / 산행시간 : 4시간 29분
여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그렇게 임도를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임도가 꺾이는 곳에서 잠시 망서렸다
오른쪽 오디제 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그쪽은 임도가 보이지를 않고 산사태가 난 듯 흙으로 덮인 공터만 보이기에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보니 오디제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다시 돌아서서 올라가는데 역시나 산사태가 난 듯한 곳은 쳐다보지도 않고 길을 따라 계속 올랐다
그늘 한 점, 바람 한 점도 없고 쨍쨍 내리쪼이는 염천의 뙤약볕 아래를 한참을 걸어도 오디제는 나오지를 않는다
길은 잘못 든 것은 틀림없는데 현위치가 어딘지
핸드폰도 땀에 젖어 트랭글마져 제대로 작동을 하지않아 알 수가 없다
땀에 젖은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도 강렬한 뙤약볕에 현기증이 나고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진다
오늘 새벽녘에 꾼 꿈이 떠오른다.... 어쩐지 평범한 꿈이 아니더니만....
불두산은 이미 포기를 한 상태고, 겨우 찾은 그늘에 앉아 119를 부르고
40여분 뒤에 도착한 119 구급차를 타고 산 아래 산악회 버스가 있는 곳까지 20여분을 달려 도착을 한다
구급차 안에서 혈압이나 맥박을 재고 몇가지 검사를 해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단다
시원한 포카리스웨터만 두 깡이나 얻어 마셨다~
20년 전에도 산에서 다리를 뿌러뜨리고 신세를 졌고, 작년에는 허리를 다쳐 구급차를 이용한 적이 있으니
119신세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대한민국 119 만세 !!!
15:38 119를 기다리면서 트랭글은 겨우 종료를 한다
산행 종료 / 총 소요시간 : 4시간 52분
조금만 더 침착했다면, 트랭글만 제대로 작동을 하였다면
산사태로 길을 뒤덮은 곳을 넘어 오디제 쪽으로 잘 찾아가서 불두산(佛頭山)까지 접수를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오늘의 불두산은 가지 말라는 꿈의 계시가 있었나보다
산악회 하산 시간이 4시40분이었는데 5시경이 되어 도착을 하니
오늘이 이 산악회의 1000차 산행기념일이라 특식인 오리백숙으로 하산식이 한창이다
그런데, 내가 도착하기 조금전에 나 말고도 B조(불두산만 오르내리는 코스) 한 사람이 길을 잃고 119를 불렀단다
B조의 산행시간으로 보아 이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멘것 같다
오리 고기는 맛보지는 못했어도 푹 고운 오리죽이 진짜 맛있다
하산식을 마치고도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119와 함께 도착한 B조 낙오자를 태우고 부산으로 출발한다
오늘 한마음산악회 때문에 김천의 119가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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