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진도 동석산 산행 후 울돌목에서 비박을 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 달마산 산행에 앞서 해남의 땅끝마을을 찾았다
달마산(達摩山)은 인도 파사국의 왕자로 태어나 서기527년 중국 양나라로 건너가서 선종(禪宗)의 시조가 된
달마대사가 머무를 만큼 산세가 뛰어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달마산은 땅끝기맥의 사실상 종착역인데
땅끝기맥은 강진 덕룡산을 기점으로 남으로 주작산과 해남의 두륜산, 달마산을 거쳐
땅끝마을 전망대가 위치한 해발 122m의 사자봉에서 그 소임을 다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땅끝마을이 한반도 최남단의 육지라면 달마산은 사실상 산으로서의 역활을 상실한 땅끝마을 사자봉을 제외한
한반도 최남단 끄트머리에 위치한 봉우리다운 봉우리인 셈이다
이 달마산도 지난 2012년 3월 산악회를 따라 산행을 한 바가 있었는데
그때는 오늘 코스와는 반대로 도솔봉 아래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미황사로 하산을 하였다
10:25 미황사 출발
보물 제947호인 미황사 대웅보전
대웅보전 뒤에 있는 건물은 보물 제1183호인 응진당이다
美黃寺는 우리나라 육지 최남단에 있는 절로 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大興寺의 말사로
서기 749년(신라 경덕왕 8년)에 의조화상이 창건했다는 천년고찰이며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절로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템플스테이가 시작된 사찰이다
미황사 대웅보전을 떠받치고 있는 주춧돌에는 '게'와 '거북이'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의 의미로
반야용선이라는 말은 '진리를 깨닫는 지혜(반야)의 세계로 향하는 龍이 이끄는 배(龍船)'
즉, 사바세계에서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를 의미한다
(영축산 통도사나 월악산 신륵사 극락전에는 반야용선 벽화가 있고,
운문사 대웅보전 천장에는 용 모양의 배(용선)에 줄을 잡고 매달려 있는 악착동자가 있으며
반야용선의 백미는 창녕 화왕산 관룡사 용선대를 으뜸으로 친다고 한다)
절을 둘러보고 경내 입구인 자하루로 되돌아 내려와서
왼쪽 동백나무 숲 아래에 등산로 푯말과 달마산 안내도가 있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꺾인 완만한 길을 따라 오르는데
도중 갈림길 이정표에 대흥사로 가는 길도 안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달마산과 두륜산이 땅끝기맥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옅볼 수 있다
헬기장
어느정도 오르니 전망이 트이면서 산 아래의 미황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11:18 달마산(達摩山) 정상 / 산행시간 : 53분
정상석에는 달마봉이라고 적혀 있는데 예전에는 '불썬봉'으로 불렀다
정상석이 있는 지점 바로 위에는 봉수대가 있는데
360도로 탁 트인 조망처로 일망무제의 풍경이 사방에 펼쳐지는 불썬봉은 조선시대까지 이곳에 봉수대가 있었고
'불을 써는(써다는 켜다의 전남 방언) 봉'이라 해서 불썬봉이라고 하였다
북쪽으로는 오늘 가보지 못하는 관음봉 너머 멀리로
땅끝기백의 맏형격인 두륜산의 멧부리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저 두륜산은 내일 마지막 여정으로 오를 것이다
가야할 방향인 남쪽으로는 땅끝기맥의 기암절벽이 일직선으로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고 있고
일직선으로 길게 뻗어 있는 달마산 주능선은 그 길이가 무려 8km나 된다
맨 끝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가 도솔봉이지만 군 통신부대가 있어 오르지는 못한다
동쪽으로는 완도가 길게 드러누워 있는데
그동안 산 이름없이 심봉, 상황봉,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 등 봉우리 이름으로만 불리어져 왔고
그 다섯 개 봉우리들을 합쳐서 오봉산이라고도 불리어지던 상황봉이
2017년 6월 23일 국토지리정보원에 상왕산(象王山)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등록되어 제 이름을 찾았고
나는 저 완도 상왕산을 2019년 3월에 올랐었다
줌인한 완도대교
잿빛 수석 전시장인 듯한 암릉은 황홀하지만 공룡의 등줄기처럼 날카롭다
11:43 문바위
구멍 뚫린 바위틈으로 몸을 빼내고
또다른 작은 문은 그냥 지나가도 된다
12:02 미황사로 하산할 수 있는 갈림길
13:09 대밭삼거리
대밭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하면 천년의 길 옆에 있는 부도전을 거쳐 미황사로 하산하게 되지만
이 길은 몹시 험한 길이라고 한다
뒤돌아 보는 지나온 암릉길
진행 방향 암릉길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모처럼 흙냄새 나는 푸근한 길을 가게 되고
이윽고 저 앞에 군 통신시설이 있는 도솔봉이 보이고
도솔암 종무소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마지막 목적지인 도솔암이 가까워진 것 같다
도솔암 밑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멀리서 보이던 도솔암 종무소를 지나
14:40 드디어 도솔암 앞에 서게 된다
도솔암은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도량인데, 정유재란 당시 왜적들이 퇴각하면서 불을 질러 소실되어
천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사라지면서 절터만 남아 오백년이 흘렀고
2002년 6월 법조스님과 신도들에 의해 새로 법당을 축조하였다
도솔암 건너편에 보이는 삼성각
삼성각에서 올려다 보이는 도솔암
V자 형태로 벌어진 절벽 사이에 쌓은 석축 위에 앉아 있는 도솔암은
아래에서 보면 하늘 속에 절이 숨어 있는 것 같다
2002년, 3일 동안 연속해서 똑같은 꿈을 꾼 뒤 도솔암을 찾아 해몽을 한 법조스님은
사람들을 모아 1800장의 흙기와를 손수 날라 올리면서
500년 동안 버려졌던 도솔암을 꿈을 꾼지 32일 만에 복원을 하였다고 한다
14:44 도솔암과 삼성각 사이의 갈림길에서 미황사 방향으로 하산을 한다
도솔암에서 내려오는 길 오른쪽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용담굴이 있고
물이 귀한 달마산에서 그 안에 샘물이 있어 사철 내내 마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이 마실 수는 없을것 같다
경사가 급한 돌부리 내리막길을 10여분 내려가면
14:55 미황사 천년의 길로 내려선다
이제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3.65km 거리의 미황사로 가는데
이 길은 미황사에서 2년여의 사업기간을 거쳐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을 주제로 개통한 달마고도로서
미황사에서 시작해 큰바람재, 노시랑골, 몰고리재 등 달마산 주능선 전체를 아우르는
총 연장 17.74km의 걷기 여행길 중
제4코스(해탈의 길)로 몰고리재에서 미황사로 돌아오는 길이며
전 구간이 이미 조성돼 있는 땅끝 천년 숲 옛길과 겹치게 되고
용굴과 도솔암, 편백숲, 암자터와 미황사 부도전 등을 거치게 된다
15:42 부도암
부도암 옆에 있는 미황사 부도전(浮屠殿)
미황사에서 수행했던 큰스님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부도) 27기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이 부도전에도 반야용선의 의미로 물고기, 게, 거북 등 다른 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부도전 오른쪽으로 오르면 대밭삼거리를 거쳐 달마산 주능선으로 오를 수 있다
부도암(浮屠庵)
암자 마당 한 가운데의 네모진 웅덩이 속에 커다란 부도 한 기가 서 있는 것이 특이하다
부도전에서 10여 분 걸으면 주차장 갈림길이 나오고
16:00 미황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끝낸다
총산행시간 : 5시간 35분
산행을 마친 후 완도대교를 건너 완도군 군외면의 어느 모텔에서 숙박을 하는데
바다 건너로 조금전 산행을 마친 달마산이 지척에 모습을 보인다
오늘은 따뜻한 방에서 푹 쉬고 내일은 마지막으로 두륜산을 오를 예정이다
'등반사진 > 전라도의 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양 병풍산(822m)-삼인산(581m) : 2021.10.30 솔뫼산악회 (0) | 2021.10.31 |
---|---|
해남 두륜산 : 2021. 10. 23 (0) | 2021.10.24 |
진도 동석산 : 2021. 10. 21 (0) | 2021.10.24 |
순창 용궐산(647m) 하늘길 : 2021. 9. 5. 울타리산악회 (0) | 2021.09.06 |
여수 마래산(馬來山: 385m) : 2020. 10. 18 (0) | 2020.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