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순창에는 강천산, 채계산(책여산), 회문산과 같은 이름있는 산들이 많이 있지만
요즈음의 순창에는 '핫플레이스'로 한창 뜨는 산이 있는데 바로 용궐산(龍闕山)이다
예전에는 이웃한 무량산과 연계한 산행코스 정도로만 알려진 평범한 산이었는데
순창군에서는 금년 5월경 용궐산 8부능선의 암벽을 따라 길이 약540m의 데크길을 조성하여
'하늘길'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산꾼들과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나는 지난주 강원도 동해 두타산의 '베틀바위 산성길&금강바위길(두타산 협곡 마천루)'의 잔도길에 이어
2주 연속 잔도길 탐방에 오른다
관광버스 같은 대형버스는 길이 좁아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섬진복지회관 앞에서 멈춘다
이곳 날씨는 비 예보는 없지만 옅은 구름으로 덮혀있어 산행하기는 괜찮은 날씨다
섬진복지회관
10:19 섬진복지회관 출발
승용차 1대가 겨우 지날수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 산행기점인 '용궐산 치유의 숲'으로 들어가는데
왼쪽의 벌동산과 정면에 오늘의 목적지인 용궐산이 보인다
약3km인 이 길을 하산후에도 다시 걸어서 나와야 한다
왼쪽에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강 가운데의 커다란 바위 너머로 용궐산의 암벽이 도드러지게 보인다
10:39 입구에서 20분을 걸어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 도착
산림휴양관 뒤로 용궐산 암벽이 그 위용을 드러내 보인다
가까이 당겨보니 암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하늘길 잔도가 모습을 보이고
산림휴양관 오른쪽 옆으로 산길을 오른다
여기도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숨쉬기가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다
거대한 암벽 옆으로 돌계단길은 계속이 되고
암벽을 올려다 보지만 그 끝이 보이지를 않을 정도다
돌계단길은 여기에서 끝이나고
11:00 이제부터 하늘길이 시작된다
용궐산은 용이 하늘을 나는 듯한 형상이라고 하니
사람들은 하늘길을 따라 용의 등을 올라타고 가는 격이 된다
하늘길은 용궐산 8부 능선의 아슬아슬한 노출 암반에다 쇠기둥을 박아 계단을 놓고
그 계단 끝에다가 나무 데크를 매달아 이어낸 길이다
나무 데크 시설이 되어있는 산이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니겠지만
하늘길의 나무 데크길은 우선 길이가 540m로 길고
거대한 바위면에 매달린 듯한 데크가 그려내는 선의 미감도 범상치 않다
'두타산 협곡 마천루' 길처럼 나무 데크가 그저 ‘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
하늘길은 오르는 내내 전망이 좋다
하늘길에서의 풍경에 운치를 더해주는 건 단연 섬진강으로
임실 쪽에서 흘러들어온 섬진강 물길이 발밑의 순창 땅을 지나
(장군목 계곡의 요강바위 쪽)
남원으로, 그리고 그 너머 곡성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용궐산 아래 섬진강이 없다면 하늘길에서 보는 풍경의 감흥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강 건너 벌동산과 산행기점인 치유의 숲 주차장 쪽 전경)
하늘길 잔도가 지나가는 화강암 암벽 곳곳에는 최근 순창군에서 유명인들의 사자성어를 새겨 두었는데
이글은 계산무진(谿山無盡)으로
추사 김정희가 자신보다 12살 아래인 계산 김수근에게 써준 글씨를 그대로 새긴 것이다
암벽 경사면의 각도는 60도쯤 돼 보이는데, 실제로 바위 위에서 느껴지는 체감으로는 수직 벼랑에 가깝다
평탄하게 이어진 데크 위에서는 안정감이 느껴지지만, 데크나 난간이 없다고 생각하면 오금이 다 저린다
하늘길은 가파른 바위 암벽을 리을(ㄹ) 자를 그리며 경사도를 줄이면서 올라간다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은 공자의 말씀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자는 산을 좋아한다는 말로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자는 고요하다는 뜻이다
저 아래 섬진강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앞으로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보인다
나중에 하산을 한 후 장군목 계곡의 요강바위를 본 뒤 자전거길을 따라 갔다가
저 징검다리를 건너 치유의 숲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줌으로 당겨 본 징검다리와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제일강산(第一江山)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안중근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쓴 휘호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11:15 여기에서 하늘길 464계단은 끝이나고 이제 왼쪽 산길로 오른다
하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느진목까지는 '달구벼슬능선'으로
이름 그대로 닭벼슬처럼 울퉁불퉁한 바위길들이 계속 이어진다
달구벼슬능선답게 짧은 높이에도 로프줄을 잡아야만 되는 구간도 있고
달구벼슬능선 왼쪽으로는 섬진강 너머로 시원한 조망이 계속 터지는데
무량산 너머로는 국내 최장의 산악출렁다리로 유명한 채계산(책여산)도 보이고
멀리로는 지리산 반야봉과 천왕봉도 보인다는데 ...... 저기 맨 마지막 산능선이 지리산인가
달구벼슬능선은 계속되고
11:26 느진목(완만히 늘어진 고개)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어치계곡과 어치마을로 이어지며, 무량산으로도 연결이 된다
용궐산은 그대로 직진이다
오래된 무덤이 있는 평지에서 잠시 쉬다가 오름길을 계속하면
오른쪽으로 어치마을이 내려다 보이다가
11:47 된목(오르기 힘든 고개)에 도착을 한다
이제 정상까지는 700m 남았고, 왼쪽 300m 거리의 용굴을 갔다가 오기로 하는데
용굴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 계속되어 다시 되돌아 올라올 때가 걱정이 될 정도다
용굴 30m 정도 남은 지점에 귀룡정으로 내려가는 하산길이 있다
11:56 용굴
용이 거처하는 용궐산이라는 이름답게 용굴도 있고
조금전의 그 갈림길에서 귀룡정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용알바위도 있어 구색을 갖추고 있다
넓적바위가 천장에 얹힌 모양의 이 용굴은 용이 살던 동굴이자 용의 머리 부분인데
동굴 입구에서 왼쪽으로 조금 돌아가면 ‘역린逆鱗(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한다
그런 걸 보면 용궐산 전체가 한 마리의 용인 셈이다
된목으로 다시 돌아와 이제 정상으로 향한다
12:25 용궐산(龍闕山) 정상 / 소요시간 : 2시간 6분 (산림휴양관에서 1시간 46분)
용궐산(龍闕山)
원래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렀는데 용골산의 ‘골(骨)’자에서 용의 해골이라는 뜻이 좋지 않고
지역발전도 가로막는 글자라고 여긴 주민이 오래동안 개명을 요구하여
2009년 4월에 용궐산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용궐산 정상의 신선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었고
옛적에 용골산에서 수도하던 스님이 무량산에 있는 스님에게 호랑이를 통해 서신을 보내 모셔와서
신선처럼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당시 아군들이 적군을 토벌하기 위해서 막사를 설치할 때
쇠말뚝을 박으면서 바둑판의 형체가 없어졌다고 한다 ~
사람들로 북적이는 정상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마치고 일어선다
정상 한 옆에는 봉화대같은 돌무더기가 있는데
한국전쟁 때 빨치산들이 축조해서 사용하였던 흔적이다
인근의 회문산에는 북한의 남부군 총사령부가 있었고, 남쪽 용궐산과 북쪽 백련산에는 빨치산 지대가 있었는데
토벌대가 올라오면 봉화를 올려 회문산 본대에 연락을 했다고 한다
정상의 이정목
하산길에 저기 보이는 삼형제바위
하산 중 뒤돌아 본 용궐산 정상 모습
<참고사진> 삼형제바위 원경
정상에서 하산하면서 삼형제바위 옆을 지나오게 되는 모양인데
젊은 사람 몇몇이 길이 없다고 되돌아 내려오던 그 암릉이 삼형제바위였던 것 같았다
나중에 삼형제바위 밑을 지나가면서 그때사 알아채렸지만 다시 올라가기는 너무 지나와버려 포기하였다
아쉬운 마음에 남의 사진을 빌린다
<참고사진> 삼형제바위
삼형제바위 밑을 지나가는데
바위를 나무가지로 받쳐 놓았고 주변에는 작은 돌탑들이 보인다
13:05 귀룡정 갈림길
내룡재(장군목재)가 가까워지자 돌길은 끝이 나고 편안한 흙길이 나오다가
13:26 내룡재(장군목재)에 내려선다
이곳은 내룡마을과 고개너머 석전마을을 오가던 길목인데
풍수지리상 두 개의 험준한 봉우리가 마주 서 있는 형세 즉 장군대좌형(將軍大坐形) 명당이라 하여
'장군목'으로 불리고, 지형이 장구 형상이라서 '장구목'이라고도 불린다
임도를 따라 내룡마을로 향한다
왼쪽 어깨너머로 보이는 용궐산 정상 모습
13:38 내룡마을 / 산림휴양관에서 여기까지 순수 산행시간 : 3시간 소요
내룡마을에서 닿는 강변길에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현수교가 보이는 장군목계곡으로 간다
장군목계곡에는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강물이 뚫은 돌개구멍이 있는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고
수만 년 동안의 침식 작용으로 물살에 깎이고 구멍이 뚫린 기묘한 바위들이
바위 전시장이나 천혜의 수석 공원을 연상케 한다
그 중에서도 저기 보이는 요강바위가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3:43 요강바위
요강바위는 1993년 중장비를 동원한 도둑들에 의해 도난당했다가 1년 6개월만에 찾았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섬진강 변의 거대한 요강바위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사 온 외지인이 선심을 쓴다며 주민들 모두 단체관광을 보내준 뒤
마을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중장비를 끌고 와 무게가 15톤이나 되는 바위를 실어내 간 것이었다
도둑은 바위를 정원석으로 팔려고 경기 광주의 한 야산에다 숨겨두었다가 붙잡혔고
바위는 증거품이 돼 전주지검 남원지청의 앞마당에 놓였다
모르긴 해도 남원지청 역사상 ‘가장 무거운’ 압류물품이었으리라
그후, 마을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3년 만에 원래 있던 섬진강 변으로 옮겨졌는데
바위를 옮기는 데 운반비로만 500만 원이 들었고, 그 비용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거둬서 마련했다고 했다
되돌아온 요강바위는 일약 명물로 떠올랐다
도둑맞지 않았더라면 과연 마을 주민이나 여행자들이 요강바위에 지금처럼 오래 눈길을 주었을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명소를 도둑이 만들어준 셈이다"
(문화일보)
커다란 요강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요강바위'는
둘레 1.6m, 깊이 2m 정도로 구멍이 파여 사람이 들어가 서 있어도 머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을 정도다
현수교를 건넌다
상류 쪽 모습
현수교에서 상류 쪽으로 500여m 올라가면
용이 천년 묵은 지네와의 싸움에서 이겨 승천하였다는 두무소(頭無沼)가 있다
두무소(頭無沼)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이여송 휘하의 풍수가 두사춘이
이곳 지세를 보고 춤을 추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임실군을 거쳐 온 섬진강은 두무소에서부터 순창군 적성 땅을 적시며 흘러 적성강(赤城江)이라 한다
요강바위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것이 보이고
현수교를 건너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을 따라 가는데
강 건너편에 기산과 지나온 내룡마을이 보이고
용궐산 자락 아래에 평온하게 자리잡은 전원주택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을 계속 따르면
좌우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 지점에는 '석문(石門)' 안내판이 있고
"조선 현종 때 양운거라는 선비는 흉년이 들 때마다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을 도와주어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고, 임금은 양운거에게 관직을 하사하여도 그는 사양하고
오직 종호바위와 섬진강 일대에서 친한 벗들과 함께 시를 짓고 풍류를 읆는 낙으로 여생을 즐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종호바위 인근에 종호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석문(石門)이라는 큰 글씨만이 바위에 남아있어 당시 선비들의 풍류와 호연지기를 짐작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바위 암벽에 '石門'이라는 큰 글자는 희미하게 보이지만
나무가 앞을 가리고 있어 사진상에는 잘 구분이 안된다
섬진강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 주변의 데크로 조성된 캠핑장이 보이더니
14:18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가 나온다
이제 치유의 숲 주차장으로 돌아가 원점회귀를 위해서 저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징검다리가 지난번 호우 피해로 인해 끊겨있다
물살은 이리도 거세게 흐르는데 어찌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앞서가던 용감한 부부가 신발을 벗어 제키고 도강을 감행한다
조심조심~ 이렇게 이 부부는 무사히 강을 건넜고
나도 용기를 얻어 신발을 벗는데, 발목과 종아리의 색깔이 완전 구분이 된 것이 보인다
7~8월 두 달 동안 반바지 차림으로 산을 돌아다녔으니 이럴수 밖에 ㅎㅎㅎ
내 뒤를 이어 하나 둘 도강을 하는데
자칫 미끄러지면 낭패를 당할 절대절명의 순간이다
14:29 용궐산 치유의 숲 주차장
섬진강변 길을 따라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 간다
당산나무 쉼터를 지나 걸음을 계속하면
이윽고 섬진복지회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14:58 산행을 모두 마친다
총소요시간 : 4시간 39분 (산길: 3시간, 평길:1시간 39분)
돌아오는 길, 순창 공설운동장 인근의 식당에서
즉석 순두부찌개로 하산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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