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부산,경남의 산

서산대사길(지리산옛길) : 2024. 8. 4.

딜라일라 2024. 8. 7. 00:57

 

어제 900산 산행기념으로  함양의 화장산(花長山/586.4m)을 오르고

오늘은 두 번째로 함양의 백암산을 답사할려고 하였으나, 계속되는 폭염경보속의 산행은 무리가 있을것 같기도 하고

숙소인 하동 악양의 시골집에서 함양까지 오가는 거리가 너무 멀어 

오늘은 서산대사길 트래킹을 하기로 한다

서산대사길은 대사가 인생과 존재의 의미를 반추하며 오갔던 산길로

신흥마을 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 앞에 기점을 둔 그 길은 의신마을을 거쳐

지리산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꼽히는 원통암과 대성마을까지 비탈을 타고 꼬불꼬불 이어진다

왕성분교 주변의 서산대사 흔적과

지리산 신선이 된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의 흔적인 세이암, 세이정은 작년 5월에 답사를 하였던지라

승용차로 의신마을까지 올라가 의신마을에서부터 서산대사길 답사를 시작하였다

 

세이암(洗耳岩)은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이 당나라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어지러운 신라 말 세상을 등지고 지리산을 주유하던 중 신라왕이 사신을  보내 국정을 논의하자는 말을 듣고

화개천에 귀를 씻으며 속세에서 난무하는 더러운 소리들을 씻어낸 곳이라 하여

1천년 세월이 흐르도록 그 이름이 전해오는 곳이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

 

 

원통암(圓通庵) 안내판

원통암은 선가귀감(禪家龜鑑)을 지어 억불숭유의 조선조에 시들어가던 선맥을 중흥하고

임진왜란(1592년) 때는 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하는 데 큰 힘을 보탠 

서산대사 휴정(西山大師 休靜 ·1520∼1604)이 출가한 절로서

원통(圓通)이란 지혜로 부처님의 이치를 깨달은 상태를 말한다

 

 

벽소령산장

산장에서 직진을 하면 원통암으로 가게되고, 대성마을은 오른쪽으로 간다

 

 

항일투사 30인 의총(義塚)

일제의 강제병합이 있기 2년 전인 1908년 2월에 일제를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지리산 일대를 중심으로 결사항전하다가 최후를 맞이한 항일 무명영웅 30인의 유해를 모신 무덤이다

 

 

세석탐방로 입구

산불조심기간에는 이곳에서 탐방객들의 출입을 관리하는 곳이다

 

 

저 앞으로 터지는 지리산의 장엄한 산줄기가 성큼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 보인다

 

 

길은 완만한 오르막을 보이면서 세속과는 이별하듯 산으로 산으로 깊숙히 들어간다

 

 

 

시원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는 잠시 눈 호강을 하며 쉬기도 하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중간중간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걸음을 계속하다보니 .....

 

 

계곡물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시원한 물줄기를 보이는 대성계곡이 모습을 보인다

 

 

어디서 물놀이를 하는지 사람들의 왁자찌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그렇게 의신마을 출발 1시간여 만에 대성마을에 도착을 한다

 

 

마을 입구의 옛 성황당인듯한 작은 당집부터 텅 비어있는채 방치되어 있더니

 

 

마을의 일부 건물들이 허물어진채 처참한 폐허로 남아 있었다

이 마을은 일명  '대성주막'으로 불리는 곳으로

산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술과 함께 간단한 요기거리를 팔던 곳이었다

알고보니 작년 3월에 이곳 대성골에 산불이 났는데 그때 이 마을의 맨 윗채와 맨 아랫채 두 동만 남기고

가운데의 건물들은 모조리 불에 타고 말았다는 것이다

 

 

4대째 이곳에서 살고있다는 임씨 성을 가진 남자가 저 아래 계곡 주변의 아래채 옆 밭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다가가서 자세한 사정을 물어볼 처지가 아니었다

그당시 산불 진화 과정에서 진화대원 1명이 숨지기도 했다는데

다행히도 산불 발생 하루만에  비가 내리면서 진화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시각이 정오 12시다

이곳 대성주막에서 느긋하게 술 한잔 하면서

한여름 더위를 피해 신선놀음을 하기로 한 여정이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났다

솥단지 몇 개만 나뒹구는 처참한 산불 현장을 대하니

대대로 살아오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삶이 걱정이 되어 배고픔도 뒷전이 되어 버렸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마을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 본다

 

 

지리산 대성골의 계곡수는 아픔의 흔적을 지우려듯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지만

 

 

무심한 사람들은 한여름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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