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경상북도의 산

영덕 바데산(646m) : 2023. 8. 15 등대산악회

딜라일라 2023. 8. 16. 09:52

 

입추를 지나고 처서가 가까워지자 더위가 한결 수그려지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진다

땀을 유달시리 많이 흘리는 탓에 쉽게 지치고 마는 체질인지라 여름산행은 항상 조심스러운데

7월 한 달은 긴 장마로, 8월 초순은 전례없는 유별난 폭염으로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절기를 믿고 그나마 짧은 코스의 산행길에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섰다

바데산은 이 일대의 산 중 아직도 나의 버킷리스트에 남아있는 산이다

 

 

'바데산'이라는 독특한 산 이름이 낯설다

원래는 산에서 바다 위에 뜬 달이 보인다고 해월봉(海月峰)이었다는 설과

동학의 제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이 1871년 이곳에 머무른데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는데

바다와 달을 연음하여 부르다 보니 '바데'라는 우리말로 굳어졌다고 한다

 

 

통상 바데산은 이웃의 동대산과 연계하여 많이 오르는데

지난 2009년 8월 벚꽃산악회를 따라 이 두 산을 목표로 하여 오를 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찻길이 막히고 기사가 길을 잘못 들기도 하는 우여곡절 끝에

2시간30분이면 충분할 거리를 5시간이나 걸려 옥계계곡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고

또, 산행들머리를 제대로 찾지못해 1시간 정도를 허비한 뒤 오후 3시35분에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일행들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기로 하였지만

산을 꼭 오르려는 일부 몇몇은  바데산은 아예 포기를 하고 거의 뛰다시피 하면서 동대산만을 올랐으니

이후 14년만에 그 바데산을 기어코 오늘 오르게 되었다

 

 

11:22   옥계계곡 잠수교를 건너면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계곡은 막바지 여름 물놀이를 줄기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인근의 명산인 팔각산(八角山) 들머리는 오늘 산행 출발지점의 반대편에 있다

 

 

천혜의 청정지역인 옥계계곡(玉溪溪谷)이 수려한 것은 청송·영덕·포항 일대의 명산들과 어우러져서다

국립공원인 청송·영덕 주왕산(周王山·721m)에서

영덕·포항 팔각산(八角山·633m)·바데산·동대산(東大山·791m)을 거쳐

내연산(內延山·710m) 군립공원에 이르는 광대한 산지가 그 공간적 범위인데

기암괴석이 빼곡한 이들 산의 뭇 암봉 사이의 크고 작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모여 옥계계곡을 이루니

그 경치가 어찌 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

 

 

침수정(枕漱亭)

옥계계곡 경치의 백미인 침수정은

'흐르는 물을 베개 삼고 돌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의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조선 광해군조에 경주 양동에 살던 선비 손성을(孫星乙)이 이곳 너럭바위 위에 지은 정자다

 
 

11:39   신교 앞 등산로 입구

오늘 보이는 첫 산길 들머리인 이곳에서 모두들 헷갈린다

지도에는 분명 두 번째 들머리에서 올라야 하는데 지나오는 동안 다른 들머리를 보지를 못했으니

이곳이 하산길 날머리이다  아니다 하고 말들이 많다

14년전 한 번 와보았던 나도 이곳이 날머리라 단정하고

한참을 더 올라가 보아도 들머리 옆에 있는 '신교'가 보이지를 않아 다시 되돌아 와서

칡넝쿨로 뒤덮혀 있는 다리의 이름판을 들추어 보니 신교였다

진작 다리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면 땡볕에 신교를 찾아 오르내린 알바를 하지 않았을걸.....

산행 출발 후 이곳까지 약17분이 걸렸으니 국제신문의 3시간30분이란 것은

이곳까지의 왕복 소요시간을 뺀 순수 산행시간을 의미한다

 

 

<참고사진> 

2009년 산행시 있었던 첫 번째 갈림길의 이정표

지금은 이정표는 커녕 갈림길 흔적도 아예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풀로 뒤덮혀 있다

 

 

11:52   13분간의 알바 끝에 다시 돌아와 신교 옆 들머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이정목에는 동대산까지 2시간30분, 바데산까지는 5시간30분으로 적혀 있는데

바데산은 먼저 동대산을 거쳐 바데산으로 가는 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오늘은 미답지인 바데산만이 목적지이다

 

 

산행 시작 조금 후 부터 바데산과 동대산 사이를 흐르는 경방골을 거슬러 올라간다

경방골은 옥계계곡을 이루는 계류의 하나다

 

  

경방골을 거슬러 오르면서 계곡을 여섯 번 건너면 .....

 

 

12:20   호박소가 나온다

 

 

협곡의 암반을 타고 쏟아지는 물이 모여 만들어진 널따란 못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다

주변의 안내판에는, 구름과 안개가 낀 밤, 못 위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고 한다

 
 

11:23   동대산 갈림길

물침이골과 경방골이 만나는 합수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동대산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다

2009년 8월 동대산 산행시는 시간이 없어

여기에서 지근거리의 비룡폭포도 단념하고 동대산으로 바로 직행을 하였다

비룡폭포는 직진하여 400m 정도 조금 더 진행한다

 
 

12:32   비룡폭포(飛龍瀑布) 하단

모두들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고

오늘 물놀이를 위해 산악회를 따라 온 이들은 이 주변에서 물속으로 들어간다

 

 

국제신문의 안내를 따르기 위해

비룡폭포 아래의 왼쪽 자드락길을 찾으려 이리저리를 오르락 내리락 거려도 보이지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지름길은 포기를 하고 폭포 오른쪽 옆 가파른 바위암벽으로 올라 바데산으로 향한다

(나중 하산 후에 들어보니 폭포에서 한참이나 더 아래로 내려가면 희미한 갈림길이 있더라고 하였다)

 

 

12:40   비룡폭포 상단

 

 

13:24   바데산 갈림길 이정표

여기에서 계곡과는 이별을 한다

 

 

13:35   지도상의 안부사거리(이정표사거리)

 

 

바데산까지는 아직 1.8km가 남았고, 비룡폭포에서 1.4km나 올라 왔다

 

 

모처럼 조망이 터지는 곳에 이르자 저 앞에 곰바위봉과 그 뒤편의 바데산이 비로소 모습을 보인다

 

 

14:05   곰바위봉의 이정표

비룡폭포에서 지름길을 바로 찾아 왔다면 이곳으로 바로 오게 되는데

700m에 30분 걸릴 거리를 1시간30분이나 걸렸다~~

 

 

14:43   바데산 정상 / 산행시간 : 3시간 21분

 

 

앙징맞은 조그만 정상석과 .....

 

 

삼각점이 있다

 

 

정상에서의 1시간 여 하산길 끝에 저기 다리와 평지가 보이더니

 

 

15:50   드디어 옥녀교 인근 도로로 내려서며 사실상의 산행은 종료된다

날머리인 이곳은 옛날과는 달리 이정표도 없이 길이 아예 묵어 있으니 들머리를 찾는데 헷갈릴 수 밖에.....

 

 

저 앞 침수정이 있는 뒤편에 팔각산(八角山)이 그 독특한 산봉우리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16:02   잠수교 도착 / 산행을 마무리한다 (총산행시간 : 4시간 40분)

처서가 가까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고 해도 한낮의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물놀이 인파가 많아 알탕은 꿈도 못꾸고 대충 머리와 얼굴을 씻은 뒤

땀에 찌들은 옷은 나중에 차 안에서 갈아 입는다

 

 

산행 후 하산식을 위해 찾은 강구의 삼사해상공원

 

 

저 곳은 가수 태진아의 친동생인 조방원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간간이 라이브공연도 펼친다는 곳인 것 같은데

옛날에는 건어물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업종을 바꾸었나보다

오래전 KBS 인간극장에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산식을 준비한 총무님의 솜씨가 대단해서 닭고기는 부드럽고 겻들인 우동사리도 맛있을 뿐 아니라

환경보호를 위해 1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캠페인도 본 받을 만 하고

환경보호 이야기가 나오니 예전 '쉬엄쉬엄산악회'의 고집스런 허회장이 생각난다

산에서 그렇게 물을 많이 마셨는데도 술은 술술 잘도 들어간다

처음의 맥주 1~2잔에 바로 취기가 도는 걸 보니 100% 흡수율을 보이는 산행 끝 하산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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