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제주올레, 지리산 둘레길, 영남알프스 둘레길, 금정산 둘레길에다가
차마고도(茶馬古道)에 시베리아 대륙횡단(열차)까지
국내외 종주길을 두루 섭렵한 심재(心齋) 손영곤 친구가 이번엔 갈맷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부산 갈맷길을 1코스부터 체계적으로 답사를 해보고 싶어 오늘 첫걸음을 나섰다
갈맷길 700리는 총9개 코스 21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오늘 걸을 1코스 1-1구간은 임랑해수욕장에서 기장군청까지 12.2km로 약4시간이 소요된다
12:03 동해선 월내역
동해선 교대역에서 11시 20분에 출발한 전동차는 40분만에 월내역에 닿는다
동해선이 울산까지 연장하여 개통함으로서 앞으로 동해안 쪽 여행이 더 편리해졌다
갈맷길 시작지점인 임랑해수욕장까지는 1.5km정도 남았다
가는 길에 묘관음사를 먼저 둘러보기로 한다
임제종찰(臨濟宗刹) 법림산(法林山) 묘관음사(妙觀音寺)의 일주문 역활을 하고 있는 굴다리
동해선 철도노선이 사찰 쪽으로 가까이 옮겨지면서 전에 있던 건널목 대신 지하도가 생겼고
자연스럽게 묘관음사의 일주문이 되었다
묘관음사(妙觀音寺)
묘관음사는 절의 역사보다 청담, 성철, 서옹, 월산선사 등
당대의 이름난 스님들이 수행하였던 사찰로서 한국현대선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사찰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임제종(臨濟宗)은 조계종, 태고종하는 종(宗,ORDER)이 아니라
학파를 뜻하는 종(宗,SCHOOL)이라는 설명도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는 조계종(曹溪宗), 태고종(太古宗), 천태종(天台宗)을 비롯하여
진각종(眞覺宗), 법화종, 원효종, 원융종, 염불종, 총화종, 호국선교종 등등 여러 종파가 있다
묘관음사는 경허, 혜월의 법맥을 이은 운봉선사가 일제감정기인 1943년에 창건하였다
8각 9층 구곡탑은 황룡사 9층 목탑에 빗대어 조성하였는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개인의 부정, 사회의 부조리 등의 악순환을 끊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고 한다
금강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중앙에 대웅전이 자리를 잡고 있고
대웅전 왼쪽에는 산호당(珊瑚堂)이
오른쪽에는 마노당(瑪瑙堂)이
마노당 뒷편에는 심원당(尋源堂)이 배열되어 있다
탁마정(琢磨井)
깊이 약6m의 우물로, 향곡과 성철 두 스님이 젊은날 이곳에서 수행을 할 때
서로의 머리를 이 우물속에 처넣고 올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극한 수행을 하였다는 일화가 있는 우물이다
지금은 우물의 수위가 낮아져 있지만, 옛날에는 물이 지표면까지 올라차 있었다고 한다
묘관음사에는 부산시 지정 문화재자료 두 점이 있는데
묘관음사 불자(佛子)와 묘관음사 오여래탱(五如來幀)으로
그중 혜월선사의 유품으로 향곡선사가 사용하였다고 하는 흰색 말총과 나무 자루로 이루어진 불자(佛子)는
불가에서 수행할 때 마음의 번뇌를 털어 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불교 용구로 불진이라고도 하며
원래는 벌레 등을 쫒는 데 사용하였던 것으로 그 모습은 먼지를 털어 내는 총채와 비슷하다
불자는 선종에서 전법(傳法)의 증표이면서도 문답 또는 설법할 때 상징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묘관음사 불자는 보존상태가 양호할 뿐만 아니라 기법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영가천도 행사 때 경내에 내거는 불화인 오여래탱(五如來幀)은
다보여래, 묘색신여래, 광박신여래, 이포외여래, 감로왕여래 등 다섯 여래을 그린 탱화로
18세기 활동한 화승(畵僧) 유성·낙정의 작품으로 보인다고 한다
백화도량(白花道場)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모셨다는 황금색 진신사리탑과 .....
부도탑이 있다
묘관음사를 나와 이제 임랑해수욕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물고기 형상의 아름다운 등대가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고 있는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낚시대에 걸려 끌려오는 불쌍한 물고기다
부산의 조각가 박종만 작가의 작품으로
황금 낚싯대로 대어를 낚는 기쁨을 표현하면서 풍어를 바라는 어민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12:55 임랑해수욕장 입구
도보인증대가 있다는 공용화장실이 있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 보아도 도보인증대가 보이지를 않는다
며칠전 부산시청을 방문하여 교부받은 여행자수첩에는
분명히 임랑해수욕장 입구 공용화장실 앞에 있다고 적혀 있는데 ......
인터넷 검색할 생각을 못하고 바로 심재(心齋)에게 전화를 해서 도보인증대가 있는 곳을 물어본다
고맙게도 지금은 임랑해수욕장 끝부분에 있다고 바로 알려주네~
여행자수첩을 보니 2021년 8월에 발간된 최신판인 것 같은데 아직 수정이 안되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부산시 관계자가 있다면 다음번엔 바로 수정을 하시기 바란다
정훈희, 김태화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 카페 '꽃밭에서'
아직도 남부러운 금슬을 자랑하고 있는 아름다운 부부가 아내의 고향인 이곳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임랑(林浪)해수욕장
아름다운 송림(松林)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波浪)의 두 글자를 따서 임랑(林浪) 이라 하였다
행정봉사실을 지나고
(행정봉사실 옆에는 해파랑길 도보인증대가 있다)
드디어 도보인증대가 있다는 임랑해수욕장 끝단 공중화장실에 왔고
공중화장실 근처 갈맷길 안내도 바로 옆에 그토록 찾아 헤메던 도보인증대가 있다~
13:18 도보인증대
1-1시작점 스탬프를 조심스럽게 여행자수첩에 찍고
1시 20분이나 되다보니 배가 고프다
인근의 식당을 찾아 칼국수를 시켰는데 온천장의 칼국수보다 양이 적은데 가격은 7천원이다
더군다나 친구의 그릇보다 내 그릇은 양도 적어보여 투덜거리니 친구가 나에게 조금 덜어준다
궁시렁거리며 한 수저 떠먹는데 어렵쇼~ 맛이 일품이고 국물맛도 죽인다
허겁지겁 한 그릇을 헤치우니 생각과는 달리 배도 부르다
미안한 마음에 잘 먹었노라, 맛이 참 좋노라, 인사말을 아낌없이 남기고 나온다~
정관에서 흘러온 좌광천 30리길 물길도 여기 임랑에서 망망대해와 하나가 된다
좌광천은 작년 5월14일 김재준, 최천우, 이태성, 이선교와 함께 트래킹을 한 적이 있다
등대
항구나 포구의 입구에는 양쪽에 빨간색과 흰색의 등대가 하나씩 있는데
바다에서 보면 항상 왼쪽에 흰색 등대가 있고, 오른쪽은 빨간색 등대가 자리하고 있게 된다
그래서 선박이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함인데
어두운 밤에는 등대 불빛의 깜빡이는 시간 간격으로 서로 구별을 한다고 한다
저기 칠암의 유명한 삼색(三色)등대가 보이는데
이 노란색 등대는 붕장어(아나고) 등대이고
붉은색 이 등대는 갈매기등대로 떠오르는 해 속에 갈매기를 그리고 있고
그리고, 흰색의 등대는 야구등대인데 故 최동원 선수에 관한 야구 기록물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사람들의 야구사랑이 담겨져 있는 등대다
멀리 보이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옛부터 기장9포(機張九浦)가 있는데, 저 고리(古里)는 화사을포(火士乙浦)이고
출발지인 월내(月內)와 임랑(林浪)은 월내포(月內浦)인데
저 화사을포(火士乙浦)였던 고리에는 지금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으니 예나 지금이나 불(火)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14:18 칠암
이곳 칠암(七岩)은 독이포(禿伊浦)이다
마을 앞에 7개의 검은 바위가 있는데 이를 옻바위라고 하였다
옻바위가 한자로 漆岩인데 漆자가 쓰기 어려워 七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언제 보아도 소나무 고목과 건물의 조화가 아름다운 멋진 카페
항모제(恒慕濟) / 어느 집안의 재실이고
15:21 해동성취사
지난 2019년 9월 절의 곳곳을 한 번 둘러본 적이 있는 사찰인데
절의 높은 곳에 자리한 아미타좌불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해의 조망이 일품인 곳이다
해동성취사 앞 바닷가 해변에 떼를지어 설치되어 있는 텐트 군락
헤아려보니 족히 30~40동은 되어 보이는데 한마디로 무허가 불법 캠핑장이다
만약에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후보같은 사람이 기장군수였다면 이런 불법 캠핑장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을 것이다
그는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내의 유명 계곡에 있는 불법 상업 시설물들을 몽조리 철거하였던 사람이었는데
청렴하기로 유명한(?) 기장의 오규석 군수는 이런데는 관심이 없는건가?
뒷쪽 도로변에는 나무가 우거진 멋진 데크길도 있고, 해변에는 지자체에서 설치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멋진 캠핑장은 찾기가 힘들터이지만 .......
공권력이 무엇때문에 있는 것인지, 어디에 써야 하는지 곰곰 생각케 한다
이천리(伊川里)는 일광(日光)과 함께 기장9포(機張九浦) 중 이을포(伊乙浦)에 속한다
강아지처럼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
알고보니 어릴때부터 강아지처럼 밖으로 데리고 다니며 키웠던 집냥이인데 지금은 개냥이가 되었다는 자랑이다
우리집에도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 저렇게 개냥이처럼 같이 산책하는게 로망이었는데... 쩝~
바닷가에서 혼자 노래반주기에 맞춰 트롯트 열창에 빠져있는 재밌는 아자씨
어느듯 일광에 가까워지고
오영수 소설 '갯마을'의 무대였던 해신당(海神堂)을 지나
일광천 위 다리위에서 소설 '갯마을'의 일광포구를 상상해 본다
저기 소나무가 있는 곳이 지금의 강송정공원인데 저곳이 소설 속의 포구 자리였다
옛날 강송정(江松亭)이라는 정자가 있던 곳이라서 강송정공원이다
내가 일광에서 6개월간 머물렀던 1970년대 초에만 해도 포구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었는데......
<참고사진 : 오영수 문학관과 동상 ▲▼>
난계 오영수는 언양출신인데
2019년 11월 언양의 봉화산과 화장산 산행 때 답사를 하였던 오영수 문학관이 생각이 나서
관련 사진을 올린다
16:20 일광(日光)해수욕장
고등학교 시절, 크리스마스 이브 날 밤
이곳 일광해수욕장에서 친구들과 밤샘 파티를 하였던 추억의 장소다
일광해수욕장 맞은편의 학리(鶴里) / 동기 김달근의 고향이다
그 옛날 내가 일광에 머무르고 있을 때 고향에 올 때면 나를 찾아와 함께 기타를 치며 노래하곤 했었다
일광해수욕장 재난전광판 앞에 있는 도보인증대에서 중간점 스탬프를 날인하고
근처에 옛 유적지인 삼성대(三聖臺)가 있지만 시간이 없어 답사는 생략하고
마지막 행선지인 기장군청을 향해 가는데
오후 5시가 가까워지니 짧은 겨울 해는 기웃기웃 서산을 넘어갈려고 한다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며 .....
기장체육관을 지나고
17:03 드디어 오늘의 종점인 기장군청에 도착을 한다
기장군청 정문 앞 버스정류장에서 1-1구간 종점 스탬프를 찍고
기장역으로 간다
17:06 기장역
총소요시간 : 5시간 3분 (갈맷길 1-1구간 소요시간 : 4시간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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