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의 이름있는 웬만한 산들은 다 올랐다 싶었는데 아직도 이런저런 산들은 많이 남아 있다
칠천도(七川島)는 2000년 1월 1일 칠천연륙교가 개통하면서 거제도와 연결되었다
칠천도는 거제도에 속한 66개(유인도10, 무인도56)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으로
칠천도의 옥녀봉과 남쪽으로 하청의 앵산이 높이 솟아 있어
바다가 옻 칠을 해 놓은 것 같이 어둠침침하고, 또 섬 안에 7개의 하천이 있다고 해서
옻 칠(漆) 내 천(川) 칠천도(漆川島)라 했다기도 하고
또는, 예전에는 옻나무가 많아 이름에 옻 칠(漆)자를 썼다고 하는 말도 있는 섬이다
그러다가, 옻 칠 같이 어두운 것은 침침하여 불길하다고 해서 한문의 옻 칠(漆)자를
7개의 하천이 있다는 뜻의 일곱 칠(七)로 바꾸었다고 한다
일기예보에 거제도는 오늘 흐린 날씨에 비 소식도 있어 우산까지 챙겨들고 나섰지만
비는 오지도 않았고 오후 2시 이후에는 해까지 쨍쨍 내리쬐는 염천의 날씨로 되돌아 갔지만
입추가 지나서인지 온 몸으로 느끼는 선선한 기운이 한결 걷기에는 편하다
하지만, 산에 있을 때는 어제 비가 내린 탓인지 습도가 높아 땀을 엄청 흘리며 힘들어 했다
옥녀봉에서 급경사 내리막을 한참 내려왔는데
등고표를 보면 그 오르내림이 어느 정도인지 표시가 난다
9:36 하청삼거리 하차
노포동에서 7시10분 버스를 타면 고현에서 칠천도로 들어가는 35번 버스와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잡았는데
소요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 35번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9시15분에 출발하는 37번 버스(고현-하청-한내-고현)를 타고
하청삼거리에서 내려 칠천도까지 약 3km를 걸어가기로 했다
길가에 있는 조형물들은 거제의 특산인 맹종죽을 상징하는 것들이다
하청면사무소
하청은 예전 내가 거제도 고현에 근무를 할 때
하청 바닷가에 소박한 단골 횟집이 있어 직원들과 함께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하청초등학교
사환마을에 이르자 거제 맹종죽 테마공원이 나오고 맹종죽순 체험길 안내도도 보인다
맹종죽 테마공원에는 맹종죽과 자연환경을 이용한 치유 및 체험를 하는 죽림 테라피 공간으로
죽림욕을 이용한 치유와 바다경관과 환경예술을 접목한 경관치유 등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사환마을은 임란 때의 공신인 김옥춘(金玉春) 공이 하청땅으로 돌아온 해가 을사년(乙巳年 1605)이라해서
마을이름이 사환(巳還)으로 되었다)
길가에서 조망되는 맹종죽 숲
맹종죽이란 높이 10~20m, 지름 20cm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은 대나무를 말한다
고양이 카페도 있네~
이윽고 저기 칠천연륙교가 보이고
실전삼거리 큰 도로에서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 들어서는데
하청삼거리에서 여기까지 3km를 걸어오기를 잘 했다
오는동안 지나가는 버스는 한 대도 보이지를 않았으니 .........
(실전마을은 밭이 많아 면화와 대마를 많이 재배하였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본래 실밭개라 하여 사외포(絲外浦)라 하였는데, 실밭이 사전(絲田)이 되었다가 그만 실전(實田)이 되었다)
칠천교 입구 칠천교 소공원에는 초계정씨 열부비를 비롯한
공덕비, 송덕비, 불망비 등의 비석들이 늘어서 있다...... 세어보니 무려 15기나 된다
10:15 칠천교 소공원
이제 칠천교를 건넌다
칠천교는 연도교가 아닌 연륙교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가 육지라는 의미다
칠천량(漆川梁) / 칠천도와 거제 사이의 좁은 해협
칠천도는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패전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칠천량해전은 정유재란 시기인 1597년 7월 16일(음력)에
칠천도 북동쪽 물안마을과 맞은편 깊숙하게 들어앉은 송진포 사이의 해협에서 벌어진 해전으로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대패하였고, 패전 이후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돌아와
남은 12척의 배를 이끌고 진도 앞바다에서 명량대첩을 대승으로 장식하게 된다
칠천량해전공원은 해전이 벌어진 어온마을이 아니라 칠천연륙교에서 서쪽인 옥계마을에 있다
다리 너머로 보이는 칠천도의 산능선.... 정면에 옥녀봉이 보이고
오른쪽 끄트머리 뽀족한 봉우리가 굿등산일 것이고.....
다리 끝에 오늘 산행의 기점이 되는 장안교회가 보이고
장안교회 버스정류장에서 삼거리교차로를 건너면 나오는
10:30 6.25참전기념비 왼쪽으로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길 초입부터 맹종죽 숲이 산객을 반긴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왼쪽으로 가는 바람에 잠시 시간 지체를 했다
다래가 탐스럽게 매달린 다래나무
10:52 149m봉
10:58 처음 만나는 이정표
옥계마을은 칠천량해전공원이 있는 곳이다
11:09 옥녀봉 정상 / 산행시간 : 39분
정상에서의 조망은 나무숲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데
이쪽은 거제 실전의 어느 조선소 방향이고
(건너온 칠천교는 나무에 가려져 있고, 멀리 대금산은 흐린 날씨탓에 조망이 되질 않는다)
이쪽은 남서쪽 방향으로 칠천도 남서쪽 끄트머리의 화전산(花田山)과
바다 건너 본섬의 천마산(天馬山)에서 솔병산(率兵山) -앵산(鶯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멀리 가조도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틀렸다
북쪽으로는 곡촌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바다 건너 멀리 마산.창원 쪽의 조망은 흐린 날씨탓에 가려져 있다
옥녀봉 정상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이정표의 대곡고개 방향으로 하산을 하는데 급경사 내리막 계단길이 한참이나 계속된다
칠천량 해전의 아픈 역사를 새기면서 걸어라는 뜻인가?
산길 곳곳에는 벤치가 설치되어 있고 일부 구간은 야자 매트까지 깔려 있었다
Y자 갈림길에서는 오른쪽 완만한 내리막으로 가면
곧 울창한 맹종죽 숲을 만난다
일행들이 많다면 이 커다란 평상에서 밥상을 펼치면 좋겠다
11:36 대곡마을 갈림길
대곡마을은 칠천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쭉 뻗은 숲길이 그늘도 그늘이지만 마음마져 시원하게 만든다
11:51 어온요트장 갈림길에서 왼쪽 굿등산 입구 쪽으로 내려가면
곧 포장도로가 지나는 탑재(대곡고개)로 내려서고
도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굿등산 입구가 나온다
탑재(대곡고개)
칠천도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길이다
탑재(대곡고개)의 이정표에는 굿등산까지 600m에 20분 걸린다고 되어 있는데
11:56 굿등산 산행 시작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에는 1.97km에 1시간이 걸린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탑재에 있는 이정표대로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12:15 굿등산 정상 / 산행시간 : 19분 (옥녀봉 포함 1시간 39분 소요)
굿등산이라는 이름은 이 산 동쪽 자락의 물안마을 사람들이 굿을 올린 데서 유래한다
습도가 높아도 너무 높다
벤치에 앉아 쉬고 있노라니 모자와 반바지 가랑이 끝에서 땀이 물 쏟아지듯 떨어져 내리고
양말은 흘러내린 땀으로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다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을 조준하여 마루바닥 사이의 틈새로 집어넣는 놀이를 하면서 한참을 쉰다
굿등산의 삼각점
그렇게 한참을 쉬다가 이제 막바지 하산을 위해 일어서는데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길이 잡풀로 뒤덮혀 계단이 보이지를 않아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하산길 잠시 조망이 터지면서 물안마을이 보인다
숲이 많이 사그러든 가을철 쾌청할 때 오면 섬 산행 특유의 호쾌한 주변 조망을 싫컷 즐길 수 있겠다
하산길 마지막 봉우리인 지도상의 159.9m봉
국제신문 산행도에는 162m로 표기되어 있던데, 부산일보에는 160m도 아닌 159.9m다 ~~~
주변 농장에서 조성한듯한 넓다란 임도를 따라 한동안 내려가면
12:51 덕만고개에 닿는다
이제 도로를 따라 물안(옆개)해수욕장으로 가는데
맞은편 바다 건너의 저 산줄기는 거제 본섬 장목의 대금산 쪽인듯 하다
12:57 물안(옆개)해수욕장
길이 약200m에 폭 약30m의 작은 해수욕장인데
평일이지만 한여름인데도 코로나19 때문인지 의외로 한산하기만 하다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김밥 점심을 먹고 한참 휴식을 취하는데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어 죽염 두세 개를 입에 털어 넣는다
물안해수욕장에서 칠천교까지는 약 5km이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걷기로 하고
13:20 물안해수욕장을 출발하는데 마침 35번 버스가 들어온다
이 버스를 타면 편하게 고현으로 바로 가게 되지만 애써 외면하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점점 맑아지더니 곧 쨍쨍한 여름날씨의 그대로의 면모를 드러낸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손수건을 힘껏 짜면서 단단히 각오를 다진다
물안마을
칠천량해전은 이 물안마을과 이웃한 어온마을 앞바다의 좁은 해협에서 펼쳐졌다
굿등산이 마을 뒤에서 좌우로 감싸고 있는데 그 산의 생김새가 여인이 베틀에서 베를 짜는 형국으로
그 산 정상에 물이 있어 마을이름을 물안개라고 했고
물 안쪽에 있는 갯마을이라는 뜻이었다고 ......
어온마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떠나지 않는 양지마을로
따뜻한 마을이라 하여 어온(於溫)이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어느 카페 앞을 지나는데 담벼락에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이름모를 식물이 시선을 끈다
지인의 도움으로 정체를 알았다
'팜파스 그라스'라는 초본식물인데, 남아메리카 팜파스 지역이 원산인 벼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한다
14:22 오전에 옥녀봉 산행들머리였던 6.25참전기념비 앞 삼거리 교차로 도착
이제 칠천교를 건넌다
다리 왼쪽으로 아까 옥녀봉에서 조망되던 조선소가 보이고
다리 아래로는 칠천도 유람선 선착장이 보이네
칠천량 해전이 일어났던 곳
칠천량해전에서 원균이 대패할 때 처음으로 거북선 5척이 출전했다가 침몰되었는데
이 거북선 잔해를 찾기 위해서 1986년부터 10년간 해군 유물박물관에서 전격적인 탐사를 하였으나
거북선의 흔적은 찾지 못하였다
다시 돌아온 칠천교 소공원
거북선으로 장식한 칠천량해전 안내비가 있어 찬찬히 읽어 본다
14:37 실전삼거리 버스정류장 도착 / 전체거리 15.3km에 총 5시간이 걸렸다
햇볕은 쨍쨍하더라고 입추 후의 날씨는 아무래도 전과는 달랐는지
땀으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던 옷은 어느새 제법 말라있어 버스를 타도 눈치보지 않고 자리에 앉을만 하다
그렇게 20여분을 기다려 14:57에 도착한 31번 버스를 타고 고현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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