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부산,경남의 산

고성 거류산(572m)-문암산(459m) : 2021. 3. 31. 홀로산행

딜라일라 2021. 4. 1. 08:52

국제신문 근교산&그너머에 작년에 완공되었다는

거류산을 한 바퀴 도는  '유담둘레길'을 따라 '고성의 마터호른'이라 불리는

거류산을 오르는 코스가 소개되어 실로 근20여 년 만에 거류산을 다시 찾는다

 

밥을 하다 말고 밖으로 나가보니 산이 움직이며 걸어가기에 아낙이 깜짝 놀라 큰소리로 “산이 걸어간다”고 고함을 쳤고

그 소리에 산은 걸음을 멈추고는 더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걸어가던 산이라 한 데서 ‘걸어 산’이라 불렸다가 거류산(巨流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고성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엄홍길전시관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여기에서 800m정도 더 간 지점의 마동정류장에서 내려야하나

버스기사에게 부탁하니 고맙게도 정규 정류장이 아닌 엄홍길전시관 앞에서도 차를 세워주네~

 

화장실도 가고 이것저것 여장을 챙겨 11:08 산행을 시작한다

 

화장실 오른쪽 돌계단을 오르면 곧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의 대명사 방향으로 가는데

유담둘레길 1코스 '숲이 좋은 길'이 시작되고

 

이후 나오는 모든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대명사 방향으로 간다

둘레길을 두르지 않고 거류산으로 바로 오를 수 있지만 오늘은 유담둘레길을 답사해 보기위한 산행이다

 

둘레길은 편안하게 잘 조성이 되었고 바닥에는 야자매트까지 깔려있다

 

둘레길 주변에는 여기저기 봄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한다

이번 계절들어 처음 마주하는 '큰구슬붕이'에서부터

 

각시붓꽃

 

제비꽃도 .....

 

어디선가 나타난 백구 두 마리가 나를 졸졸 따르기 시작을 하는데

뒤에 있는 녀석은 조금 경계를 하는듯 나지막하게 짖으면서도 앞장선 녀석의 뒤를 잘 따라온다

쫒아보아도 소용이 없어 체념하고 '그래 정상까지 같이 가자'하고 길동무 삼아 함께 걷기로 한다

 

11:42   도산촌마을 갈림길

여기서부터 2코스인 '치유의 길'이 시작하는데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양지꽃

 

너덜지대에 이르자 처음으로 조망이 열리고

돌턱에 앉아 땀을 닦으며 조망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백구도 내 주변을 맴돈다

 

들판 너머 멀리 고성읍의 시가지가 보인다

 

처음에는 내 발 뒤꿈치에 코를 박을듯 바싹 붙어 따라오던 녀석들이

어느새 나를 가로질러 내 앞에서 나를 안내하듯 앞장서서 걷는다

 

목줄이 없는 것으로보아 집개는 아닌 듯하고 야산을 자유로이 떠도는 유랑개 같은데

무료한 봄 날에 그냥 심심하고 해서 호기심으로 따라오는 것인지

아니면 먹을 것을 바라고 이리하는 것인지.....

 

 

데크 전망대를 지나서는 편백숲을 지그재그로 한참 내려가는데

 

 

속으로 머리를 굴려본다

내가 가진 먹을 것은 콩나물과 멸치볶음을 반찬으로 한 도시락과 콩고물 찰떡 7개

그리고 연양갱과 초콜렛바 하나씩 뿐인데

그럼 떡은 내가 먹고 백구들에게는 멸치볶음을 밥에다가 버물려 주면 잘 먹겠지 

나는 조그만 떡 7개로 요기가 될까....  연양갱과 초롤렛바가 있으니 괜찮겠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고양이 사료가 있는데 개들도 고양이 사료를 먹으려나.....

예수님의 오병이어(五餠二漁) 기적까지 떠오른다

그렇다면 점심은 언제 어디에서 백구들과 같이 먹지 ?

 

12:14   정자가 있는 임도 갈림길 도착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를 앞서 저만치 가 있던 백구들이 사방공사하는 것을 구경하더니

갑작스런 돌 깨는 소리에 놀라 오던 길을 되돌아 산으로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소음이 멎자 개들을 불러불러 겨우 대열을 정비해서 임도를 따라 100m 정도 올라가는데

이번에는 위에서 돌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굉음을 내며 내려오고, 혼비백산한 개들이 다시 아래로 쫒겨 내려가더니

이제는 영영 보이지를 않고 아무리 불러도 소식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1시간을 내내 같이하던 백구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혼자 발걸음을 떼는데 

아까 그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면 밥이라도 먹여 보냈을 텐데....  목도 말랐을텐데.....

오던 길을 잘 찾아 돌아가기나 했을까.....   산 속에서 굶주리며 헤메지는 않을까.....

나중에 엄홍길전시관 근처에서 다시 볼 수는 있을까.....   온갖 생각들이 떠나지를 않는다~~~

 

정자에서 5분정도 오르다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바로 직진하여 거류산으로 오를 수도 있지만 오늘은 우직하게 둘레길을 따른다

 

12:36   돌탑사거리

직진하면 거산리, 왼쪽 대명사는 내리막 계단을 따라 가야하고

오늘의 둘레길은 오른쪽의 마애약사불좌상 방향이다

여기에서 둘레길 2코스는 끝나고,  3코스인  '충의 길'이 시작된다

 

거산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오솔길에 돌탑을 세워놓은 곳을 지나면

 

12:51   간사지가 보이는 데크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데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자꾸만 백구들이 생각난다.....  잘 돌아는 갔을까?

 

13:10   마애약사불좌상 갈림길에서 마애불을 보고 다시 돌아온다

 

13:16   마애약사불좌상 /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659호

 

마애불의 몸 부분은 희미하지만 머리 부분은 선명하게 잘 보인다

형식과 특징으로 볼 때 나말여초(羅末麗初)의 마애불로서 

둥글넓적한 얼굴에 다소 과장된 이목구비가 양각(陽刻)으로 조각되어 있으나

밑으로 내려가면서 신체는 선각(線刻)으로 표현되어 있다

 

 

바람난 처녀같은 모습의 얼레지

 

13:33   감서리 이정표 갈림길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 곧바로 왼쪽의 산허리길을 따른다

 

왼쪽 감서리에서 올라오는 산길을 만나고 오른쪽 거류산 등산로를 따른다

둘레길3코스는 여기에서 끝난다

 

전망대 쉼터

 

마동호와 당항포가 내려다 보이는데

당항포 뒤에 길게 누워있는 산은 적석산이고

 

그 오른쪽은 구절산이 있다

구절산은 벽방산, 거류산과 함께 고성의 3대 명산으로 이름 나 있는데

저 구절산은 구절산-철마산-응암산을 연계하여 2009년 9월에 병환, 태성, 상수와 함께 오른적이 있다

요즘은 구절산의 폭포암 옆에 구름다리가 새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닷가에 삼각형으로 불쑥 솟아 알프스의 3대 북벽 중 한 곳인 마터호른에 빗대어

'고성의 마터호른'으로 불리는 거류산 정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부터는 벼랑을 낀 암릉이 계속 이어진다

 

왼쪽의 거북바위와 거류산 정상

거북바위는 하나의 바위를 말하는게 아니고

멀리서 보면 거북이가 머리를 쳐들고 거류산으로 기어 올라가는 형상을 한 암봉 전체를 일컫는 말이다

나중에 문암산 쪽에서 보면 그 형상이 온전하게 보인다

 

무등정 갈림길

 

이정표없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거북바위를 우회해도 되지만

왼쪽으로 거북바위를 향해 가파른 암벽을 기어 올라간다

 

14:10   거북바위 암반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동호와 당항포

 

그리고, 당동만

당동만의 모습이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옛날 약20여 년 전, 정확히는 2003년 5월에  재준, 상수, 형화와 함께 왔을 때 

특정은 못하겠지만 이 근처 어느 바위절벽 위에 여자 등산화가 나란히 놓여있고 사람은 보이지를 않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한참후에 거류산 이야기를 하다가 당시 그 주변에서 심한 악취가 난 것을 떠올리고는

혹시 그 때 어떤 여자가 그 절벽위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니었는지 추측하고는 몸서리를 친 기억이 있다

주변 바위 위에서 조용히 묵념을 하고 뒤늦게나마 명복을 빌어본다

 

산 아래로 꽃으로 장식이 된 아름다운 길이 내려다 보인다

작년에 개설되었다는 17.6km의 거류산 유담둘레길은 총 7코스로 조성되어 있는데

오늘 나는 1~3코스를 걸어왔었고, 저 길은 나머지 4개의 코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삼각형으로 뽀족하게 솟아오른 모습의 거류산 정상 모습

 

뒤돌아 본 거북바위 쪽 전경

 

정상 아래 사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정상으로 바로 오르기로 하는데

거류산전망대로 가면 거기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고 좋지 않다고 한다

 

14:36   거류산(巨流山) 정상 도착 / 산행시간 3시간 28분

 

정상석 뒷면에는 '고성군민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정상에서 다시 한 번 더 주변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간사지와 마동호, 그리고 당항포

 

구절산, 철마산, 응암산 쪽

 

한반도를 닮은 당동만과 그 앞에 가조도와 옥녀봉이 보이고

 

하산 시 가야할 문암산 뒤로 벽방산이 자리하고 있고

저 벽방산은 2011년 9월에 전일출과 함께 천개산과 연계하여 올랐었다

 

벽방산 오른쪽은 매봉산과 봉화산이 바다를 가로질러 뜨 있는데

그 사이의 바다가 동기 김득호의 고향마을인 통영시 광도면 도선리의 도선마을 앞바다이다

도선은 김득호의 고향이고  선창은 김득호의 외가마을 이름이다

 

하산하면서 뒤돌아 본 거류산 정상

 

거류산성 터

 

일부 복원된 거류산성

 

14:58   안부삼거리 (당동 갈림길)

안부삼거리에서도 문암산을 향해 직진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당동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

 

 

문암산으로 가는 도중 오던 길을 뒤돌아 보니

저기 거북이가 거류산을 향해 기어 올라가는 모습의 거북바위가 온전하게 잘 보인다

 

15:20   문암산(門岩山) 정상 / 산행시간 : 4시간 12분

 

전망대에서 줌인한 김득호의 고향 도선마을 앞바다 풍경

 

 

이윽고 벽방산 자락 아래에 마동농공단지가 보이고, 저 멀리 통영안정공단도 보이네~

 

15:46   장의사 갈림길

엄홍길전시관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까 아쉽게 헤어진 백구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아무쪼록 아무일이 없어야 할 텐데 ~

 

15:58   엄홍길전시관으로 원점회귀를 한다 / 총산행시간 : 4시간 50분

 

전시관은 코로나로 임시휴관 중이고

 

당동에서 4시 10분에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자니 4시 16분에 버스가 오고

고성터미널에 4시 30분에 도착을 하니 부산행 버스는 4시 35분에 들어온다

시간여유가 있으면 고성터미널 인근에서 배를 좀 채울려고 했는데 시간이 착착 맞아 떨어진다

집에가서 씻고 막걸리 한 병으로 목을 축일 생각에 버스의 속도가 느리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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