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등반사진/부산,경남의 산

남지 개비리길-마분산(180m)-도초산(166m) : 2021. 3. 18

딜라일라 2021. 3. 19. 12:15

 

오랜만에 부산을 벗어나  창녕 남지의 개비리길을 찾았다

옛날에는 남지읍에서 의령, 합천을 연결하는 유일한 길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신작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게 된 옛길이다

개비리길은 지금의 용산마을에서 영아지마을까지의 길이 약 2.4㎞, 높이 수십 m의 수직 벼랑 위에 나 있는

너비 1m 안팎의 좁은 길로서 '개가 다니던 벼랑길'을 뜻한다

평창/정선의 백운산에는 칠족령이 있는데

옻나무통을 쏟아놓고 놀라 도망친 개를 찾으러 옻나무액이 묻은 개발자국을 따라가면서 발견한 벼랑길로

옻 칠(漆), 발 족(足)을 써서 칠족령이 되었고

소백산 죽령의 고모산성에는 토끼가 다니던 벼랑길로 '토끼비리'도 있고

영남대로의 3대 잔로인 황산잔도(양산)와 작원잔도(삼랑진)와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문경의 관갑천잔도의  토끼비리도 있다

'비리'는 '벼랑'의 경상도 사투리인데

진주에는 남강 옆길에  '새비리'와 '뒤비리'라는 벼랑길이 있는데, 내가 중학 때는 '뒤벼리'라고 불렀다

 

 

9:30  남지터미널에서 낙동강가의 자전거길을 따라 답사를 시작한다

오늘은 산행이 주목적이 아니라 개비리길을 답사하는 트레킹 산행이다

 

 

남지철교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그 유명한 남지유채꽃축제는 열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유채꽃 대신 피어있는 이름모를 식물의 푸르럼과 대비되는 남지철교의 노란 트러스 다리가 인상적이다

 

 

국토종단 자전거길의 한 구간인 낙동강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은 낙동강 하구둑의 을숙도에서 안동댐까지의 385km 거리다

작년 2020년 10월 24일 형화, 영식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부산 호포에서 이곳 남지까지 80km 구간을 8시간 걸려 라이딩을 한 적이 있다

 

 

남지철교와 남지교

1931년 만들어진 트러스 구조의 남지철교는 한국전쟁 중 폭격으로 일부가 부서지기도 하였으나

1953년 복구되었고, 지금은 노후되어 차량통행은 금지되고 자전거와 사람만 통행할 수 있다

차량은 새로 생긴 그 옆의 남지교로 통행을 한다

 

 

드문드문 유채도 심어져 있는데 이제 막 유채꽃이 피기를 시작하고 있다

 

 

자전거길을 벗어나 이제는 강변산책로를 걷는다

 

 

강변산책로를 한참을 가니 강 건너에  2016년 4월에 가보았던 반구정과 합강정이 보이는데

그때 김병환과 같이 반구정 옆에 자생하고 있는 남방바람꽃을 탐사하기 위해 갔었다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의 용화산 자락 강가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는 반구정(伴鷗亭)

함안조씨 집안의 재실 정사(亭舍)인 반구정에는

후손인 조성도 옹이 이름 그대로 갈매기를 벗삼아 기거하고 있었으나

그때가 연세90이었으니 지금도 건강하게 백수를 바라보고 계시려나.....

 

 

<참고사진> 2016년 4월의 반구정

 

 

<참고사진> 반구정 앞 마당의 650년 된 느티나무 고목과 정자

 

 

<참고사진> 반구정의 남방바람꽃

 

 

합강정(合江亭)

이름이 합강정인데 남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점은 여기에서 조금 더 올라가야 된다

 

 

<참고사진> 2016년 4월의 합강정

 

 

<참고사진> 2016년 4월의 용화산 정상 인증샷

용화산은 남쪽의 광려산 삿갓봉에서 시작이 된 화개지맥의 종착지로

화개지맥은 광려산 삿갓봉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호암산과 화개산을 거치고

남해고속도로를 건너 자양산과 갈마산을 지나 이 용화산까지 이어지는 지맥을 말한다

그러니 비록 해발은 낮아도 정상석 하나는 충분히 있을만한 자격이 있는 산이다 

 

 

답사길 오른쪽에 마분산으로 이어지는 나지막한 산줄기가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중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아이들 특유의 톡톡 튀는 하이톤으로 건네는 인사말이 사람의 마음속에 화사한 꽃이 피게한다

 

 

11:05   드디어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합수점에 왔다

남강을 받아들여 동쪽으로 유장한 흐름을 이어가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합수점 앞의 억새전망대

 

 

억새전망대 위에서 내려다 본 합수점 풍경

 

 

11:16   전망대 뒤에는 창나루 주차장인데 여기가 개비리길 입구이다

 

 

마분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는 산길도 있다

 

 

개비리길의 유래가 자세히 적혀있다

멀리 떠나보낸 어린 새끼에게 젖을 먹이려고 매일같이 먼 길을 다닌 어미개의 모성애가 뭉클하다

 

 

개비리길 입구에서 처음 한동안은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정도의 길이었으나

나중에는 한 사람이 겨우 걸을 수 있는 좁은 길로 변한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붉은 돌 신발 ??? !!!

 

 

자동차가 어기적거릴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고 .....

 

 

이제부터는 누구든지 오롯이 사람의 발길에 의존해야 한다

 

 

옹달샘은 어디인가 ?....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를 않는다 ~~~

 

 

여기에서부터 다음에 나오는 층층나무가 있는 곳 까지는 옛날 재령이씨가 살던 터였는가 보다

 

 

옥관자 바위

 

 

층층나무

 

 

여기에도 마분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네

 

 

이제 길은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아진다

 

 

길 왼쪽은 수 십m 절벽 아래 낙동강물이 도도히 흐르고

오른쪽은 깎아지른듯한 직벽의 바위암벽이다

지금처럼 길이 더 넓어지기 전에는 몸이 날쌘 개들만이 다닐수 있었던 길 .......

 

  

길 가운데의 나무 위에 조그만 종이 달려있어 줄을 잡아 당기니 청량한 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려 퍼진다

 

 

이곳에서부터는 여양진씨가 살던 곳이라고 하는데

이 시집보낸 감나무는 여양진씨 집 앞뜰에 있던 나무라고 한다

 

 

감나무를 시집보낸 아픈 흔적 .....   간절히 원하는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고의 아픔이 따르는 법 ~

 

 

12:03   죽림쉼터 입구

 

 

여양진씨 묘사재실(墓祀齋室)인 희락재 앞의 묘전토지(墓前土地)였는데

어느듯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하늘을 가리는 대나무숲으로 변화였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옛날의 희락재가 있던 자리

이곳은 옛날 개비리길을 오가던 길손들의 주막처럼 쉬어가던 곳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신작로가 생기는 바람에 인적이 끊어지고, 지금의 대숲 중심지에 거주하던 희락재 관리인도 떠나면서

2015년 개비리길 조성사업시 풍상에 훼손된 희락재는 복구가 어렵게 되자 관리인의 살림집과 함께 철거하고

대나무숲으로 조성하여 지금의 죽림쉼터로 탈바꿈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 하나는 꼭 이루어주었다는 수령 100년의 팽나무 연리목

 

 

대나무숲 강변의 죽림쉼터 정자 옆에는 먼저 온 길손이 조용히 명상에 잠겨있다

섣불리 말도 걸지 못하고 가만히 발걸음도 죽이며 돌아선다

 

 

죽림쉼터 정자 앞의 풍광 / 가히 무아지경에 빠질만 하다

 

 

야생화쉼터 / 이름과는 달리 주변에 올망돌망한 야생화는 당췌 보이지를 않는다~ 

 

 

개비리길 깎아지른 바위벼랑 위에 터를 잡은 고고한 소나무 한 그루

 

 

기강단애(岐江斷崖) / 남지8경 중의 하나다

남지8경이란  기강단애(岐江斷崖)와 함께 낙강칠리(洛江七里), 율림청풍(栗林淸風),

상포귀범(上포(땅이름 포)歸帆), 백사낙홍(白沙落鴻), 도초모운(道草暮雲), 동보만월(東步滿月), 영남옥토(嶺南沃土)이다

 

 

12:24   이제 드디어 개비리길 종점에 왔다

저기 보이는 저 길은 일제강점기 시절 새로 만들어진... 개비리길이 잊혀지게 만든 바로 그 신작로이다

 

 

이제부터는 영아지 전망대로 오르면서 낮으막한 산이지만 산행이 시작된다

 

 

영아지 전망대

 

 

영아지 전망대에서 짧은 점심을 먹고 30m가량 내려가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조금 가다가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이후 왼쪽의 임도와 거의 나란이 가다가 임도와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곤 한다

 

 

마분송 안내판을 지나면 곧이어 마분산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창나루주차장 방향 마분산 정상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도초산으로 가야한다

 

 

13:23   마분산 정상

 

 

마분산 정상에는 무덤이 2기가 있는데, 임진왜란 때 전사한 의병과 곽재우 장군의 애마 무덤이라고 한다

망우당(忘憂堂) 곽재우 장군은 애마에다 벌통을 달아 적진에 뛰어들게 하였고

이에 놀란 왜적이 허둥대자 기습공격해 대승을 거두었으나 말은 죽었다

의병의 시신과 말을 수습해 마분산 정상에다 묻었는데

그 후 산의 이름이 창진산(倉津山)에서 말무덤이라는 뜻의 마분산(馬墳山)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다시 임도를 만나고

 

 

임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이 임도는 다름아닌 낙동강 자전거길이다

작년에 경험을 하였던 부산 호포에서 남지까지는 낙동강 제방길과 강변길이었는데

여기는 산 허리를 관통하는 길이라 이 구간을 통과하기에는 꽤나 힘이 들겠다

 

 

그렇게 임도(낙동강 자전거길)를 따라 한 30여분 가다보니

저 앞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짐작하니 저기가 도초산 정상이렸다

 

 

도초산 정상이 보이는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오른다

 

 

14:03   해발 166m의 도초산(道草山) 정상 도착

지킴이도 없는 산불감시초소는 따스한 봄볕 아래 아지랑이 속에서 홀로 외로이 졸고있다

 

 

도초산 정상에도 무덤이 2기가 있고

 

 

동남쪽으로 남지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다

도초산은 산은 비록 낮지만 사방이 확 트여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도초산 북서방향인 합천 쪽 산자락>

국제신문의 산행안내에는 

비슬산, 화왕산, 영축산, 함박산, 종암산, 덕암산, 천마산, 청룡산, 천주산, 무학산, 여항산, 서북산, 자굴산 등

창녕은 물론 마산과 대구까지 시야에 들어온다고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당췌 안된다

아쉬우나마 도초산 북서쪽에서부터 동->남->서->북-> 방향으로 산자락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창녕읍, 대구 쪽인  북쪽 방향

 

 

밀양 방향인 동쪽 전경

 

 

동남쪽  창원, 김해 방향

 

 

남쪽 함안, 마산 방향

 

 

서쪽 방향인 의령, 산청 쪽 산그리메

 

 

하산은 남지시내 방향 작은 무덤 옆으로 나 있다

 

 

14:22   하산 완료

 

 

남지중학교와 남지여자중학교

 

 

남지학계식육식당

작년 10월 자전거 라이딩 후 남지에서 1박을 할 때 찾았던 가성비는 물론 맛도 일품이었던 식당

 

 

15:00   남지버스터미널 도착으로 오늘의 여정을 마감한다

오늘 총 18.8km를 걸었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