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의 유유자적(悠悠自適)

산행자료/등반상식

고어텍스 상식

딜라일라 2018. 1. 16. 22:36

1)

등산화 아웃솔(밑창)의 대명사인 비브람창을 구입할 때는 비싼 값을 치르는 만큼 그 특성을 알고 구입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제 등산복으로 넘어 와 등산화에서 비브람창의 지위만큼이나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고어텍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고어텍스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 정도의 고가 기능성 소재이므로 비싼 값을 치를 때에는 그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고어텍스는 미국 듀폰사의 고어 박사가 개발한 기능성 소재로서 일종의 얇은 필름과 같다고 보면 된다.

이 필름에는 아주 미세한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은 물 입자보다는 작고 땀 수증기보다는 커서 물을 통과시키지 않고 땀은 배출하는 기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필름 자체로 옷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고어텍스 바깥쪽에 또 다른 원단을 붙여야 의류를 만들 수 있는 원단이 되는 것이다. 고어텍스는 일종의 얇은 고무막과 같은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고어텍스 바깥쪽에 부착되는 원단은 나일론 성분으로서 발수성(물을 튕겨내는 성질)을 지니도록 화학처리가 돼 있다.

등산화 부분에서 한 번 언급했듯이 고어텍스의 기능은 이 발수성 원단이 있어야 제대로 발휘된다.

비를 맞았을 때 물이 또르륵 구슬처럼 흘러내리지 않고 젖어버린다면 제 아무리 고어텍스라 할지라도 땀 수증기를 배출시킬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구매한 지 좀 오래된 고어텍스 의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대부분 발수성 상실에서 온다


2)

땀은 내보내고 물은 막는 기적의 소재로 인식돼 온 고어텍스가 오르막길 심한 땀 배출에는 취약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어텍스 의류는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특수상황에 입는 옷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다.

오르막길에 땀이 안쪽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고어텍스 등산복을 입고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못하다. 요컨대 산행 들머리에서부터 고어텍스 재킷을 껴입고 올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입고 벗기가 귀찮아 고어텍스 재킷을 산행 내내 입는다면 오르막길에서는 지퍼를 열고 자주 옷 속으로 통기가 되도록 펄럭거려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안쪽에 땀으로 인한 수막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면 겹쳐입기(레이어링 시스템)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낫다.

제 아무리 첨단 기능의 옷이라고 하더라도 한 벌로는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기후변화에 모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행 들머리에서는 약간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로 옷을 껴입는다. 대부분의 산행이 들머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능선까지 된비알을 오르기 때문에 곧 쏟아져 나올 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

능선에 오른 뒤 비교적 완만한 경사를 지날 때에는 바람막이가 유용하다. 여름철엔 100g 내외의 얇은 초경량 바람막이만으로도 국내 산행에서는 체온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래도 고어텍스 의류를 굳이 배낭에 넣어 가겠다면 앉아서 쉴 때 입는 것이 낫다. 비라도 내린다면 금상첨화일 수 있겠다. 고어텍스가 첨단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무래도 극한 상황이니까


3)

"고어텍스를 사서 입었는데도 몸 안에 땀이 줄줄 흘러요. 불량품 아닙니까?"

부산에서 등산용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장은 "고객들로부터 자주 이 같은 항의를 받는다"며 한숨을 쉰다. 매번 고어텍스의 특성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매체나 광고를 통해 소개되는 고어텍스의 기적 같은 투습기능(땀 수증기를 배출하는 기능)을 접한 등산객들은 점장의 말을 무시하기 일쑤다.

한여름철 등산을 갈 경우 일반적으로 상의는 반팔 등산용 티셔츠만 입는다. 이렇게 가장 간단하게 차려 입고도 된비알을 10여분 이상 오르다 보면 상의가 땀으로 흠뻑 젖는 경험을 누구나 했으리라.

이 경우 피부에서 배출되는 땀 수증기는 고어텍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구멍을 지닌 셔츠의 직물 사이로도 미처 다 빠져 나가지 못하고 옷을 적신다.

이렇게 젖을 경우 셔츠의 엄청나게 높은 통기성(고어텍스에 비해)에도 불구하고 마르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다시 고어텍스로 돌아오자. 고어텍스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 낸 기능성 소재 가운데 실험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증된 가장 탁월한 투습성을 지녔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들여다 봐야 보일까 말까 할 정도의 구멍으로는 땀 배출량이 많을 경우 제때 땀을 다 배출하기 힘들다. 많은 땀으로 인해 안쪽에 수막이라도 형성된다면 투습성은 더욱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오르막길에서 땀이 많이 배출될 경우 고어텍스가 이 많은 땀을 한꺼번에 배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옷을 펄럭이거나 겨드랑이 환기구멍을 열어 땀을 배출시켜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4)

고어텍스 의류의 내구 연한은 얼마나 될까?


사용 환경과 사용자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시킬 수 없지만 3~5년 정도 지나면 고어텍스의 기능이 다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러면 수십만원을 주고 산 고기능성 의류를 3~5년 내 본전 뽑으려면 막 입어야 하는 것일까? 과연 고어텍스는 3~5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일까?


고어텍스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소재의 경우에도 세탁기에 막 빨아 입는다면 기능을 유지하기 힘들다. 심지어 섬유가 손상되기도 한다.


고어텍스 기능이 떨어진 것은 상당 부분 관리 잘못에 기인한다.


등산화를 언급할 때 이야기했지만 고어텍스는 발수력(물을 튕겨내는 능력)이 없으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자주 세탁을 한다면 원단 표면의 발수 기능이 상실될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발수 스프레이(일회용도 있고 다리미로 흡착시켜야 하는 제품도 있다)를 이용해 발수력을 되살려 줘야 한다.


드라이클리닝이나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는 세탁도 금물이다. 고어텍스의 방수력은 물 입자가 가지고 있는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잘못된 세탁방법으로 물의 표면장력을 무너뜨리게 된다면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울샴푸 등을 이용해 샤워기로 오염된 부분을 부분 세탁한 뒤 탈수하지 않고 그늘에 그대로 말리는 것이 이상적인 고어텍스 의류 세탁법으로 알려져 있다.


까다로운 관리법으로 인해 산꾼들 중에는 "고어텍스를 모시고 산다"고 푸념하는 경우도 잦다. 고액을 지불하고 얻은 고기능을 유지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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