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세평하늘길을 답사하였다
이 길이 유명해진 데는 협곡열차 외는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총길이 약 12.5km 거리의 이 길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라는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잇는 트레킹 길이다
낙동강 세평하늘길에는 12선경(仙境)이 선정되어 있는데
제1경인 승부역의 용관바위를 시작으로 은병대(2경), 관란담(3경), 구암(4경), 연인봉과 선약소(5경),
선문(6경), 양원(7경), 암징대(8경), 비동(9경), 월원(10경), 와우곡(11경), 용하동천(12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12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해 다소 억지를 부린 느낌이 있었다
동래에서 6시45분에 출발한 버스는 아침을 먹기 위해 영동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는
부리나케 달려 10시05분에 분천역에 닿는다
분천역에서 V-Train을 타고 일단 승부역으로 갔다가 승부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협곡열차 출발시간은 10시59분에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분천역 주변 여기저기를 구경한다
분천역은 V-Train의 출발점으로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체르마트역은 알프스산맥의 마테호른 산 기슭에 있는 스위스의 역이다
2014년 12월 분천역 일대를 산타마을로 조성하여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눈사람 등이 어울려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알파카
이국적인 풍경의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분천역
V-Train(Vally-Train/협곡열차)은 산타클로스 복장의 빨간색 객차 3량인데
분천역에서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이었던 철암역까지만 운행하는 관광열차다
우리는 승부역에서 내려 트레킹길을 따라 거꾸로 다시 이곳 분천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객차안은 앞으로 보는 좌석도 있지만 양쪽 옆을 바라보는 의자도 있고
이런 난방기구도 있어 정취를 더하고 있다
10시59분에 열차는 출발을 하는데, 왜 정각 11시도 아닌 10시59분인지?
중간기착역인 양원역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역사인 양원역은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원곡마을과 울진군 서면 전곡리 원곡마을 사이에 있어 양원(兩元)역으로 이름 지었다
기차역이 없어 승부역에서 내려 걸어가던 중 여러 사고가 나자 주민들이 대통령께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1988년 간이역 허가를 받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작은 시골 간이역을 지었다고 한다
협곡열차는 분천역에서 출발한지 30분만에 승부역에 도착을 한다
승부역은 1999년 환상선 눈꽃열차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로는 접근할 수 없는
대한민국 최고의 오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인기가 높아졌고
지금은 세평하늘길의 출발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역승강장 중앙에는 1962년부터 18년간 승부역에서 근무하였던 박찬민 역장이 지었다는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고
산골 오지의 의미심장한 글이 비석으로 새겨있다
V-Train의 앞머리 기관차는 백호의 형상을 하고 있다
승부역 한켠에는 이런 번개장터가 있어 주민들이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팔고 있지만
날씨가 춥다보니 뜨끈뜨끈한 국물과 함께 나오는 어묵이 단연 인기다
11:38 승부역을 출발하면서 드디어 낙동강 세평하늘길 트레킹이 시작된다
세평하늘길도 승부역에서 양원역까지는 '낙동강 비경길'로,
양원역에서 비동 임시승강까지는 '체르마트길'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낙동정맥 트레일’ 제2구간을 따라 배바위산이 있는 산길로 올라가게 되는데
배바위고개를 넘어 나중에 비동마을 입구에서 다시 만난다
승부역을 출발하자마자 보이는 제1선경인 용관(龍冠)바위
전주 이씨 7대조인 절충장군이 간신들의 모함을 받아 귀양을 오게 되어 재를 넘을려고 할 때
천둥과 번개가 심하여 주막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자 꿈에 용이 나타나
"나는 여기 굴통소(窟筒沼)에 살고 있는 용이니라. 이 재는 나의 등이고 재 너머 바위는 나의 것이니
감히 이 재를 넘어 바위를 만지고 지나가는 자는 모두 살아가지 못할 것이니
재를 넘지 말고 낙동강으로 돌아서 가라" 고 하자 그대로 행하여 무사하였다고 한다
그 후 절충장군은 이 바위를 용관바위라 부르고 매년 제를 올려 자자손손 큰 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은병대 앞의 잠수교를 건너는 사람들
제2선경 은병대(隱屛臺)
깊은 골짜기로 찾아들어 몸을 숨기고 병풍처럼 선 암벽인 은병대
우뚝한 바위 틈새마다 깃든 생명들을 품고 바위는 서있다
바쁠것 없다
주어진 시간도 충분하고, 생각처럼 춥지도 않은 날씨에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인지라
아무 생각없이 그냥 물 한 번 보고, 산 한 번 쳐다보고, 또 하늘도 올려다 보면서
그렇게 쉬엄쉬엄 걷는다
제3선경인 관란담(觀瀾潭)이다
잔잔한 물결이 바위를 감싸고 돌고돌아 흘러흘러 못에 고인다
그렇게 물은 쉼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잠시 쉬고 가기도 하는데 우리 인생도 자연에 배울것이 많다
제4선경 구암(龜岩) / 거북바위
출렁다리
제5선경인 연인봉(戀人峰)과 선약소(仙藥沼)
연인봉
연인봉 아래의 선약소
경주의 영지처럼 선약소의 잔잔한 물결위로 연인봉이 내려와 함께 노닌다
제6선경인 선문(仙門)
선계로 가는 문은 양쪽의 암벽이 미닫이문처럼 열려 있는 곳이다
저 멀리 선계의 산인 곤륜이 보이고 선문은 그 곤륜으로 아득한 이상향으로 가는 문이다
물을 건너 물을 열어 산으로 가는 길이고 하늘로 가는 길이며 비 내린 뒤 안개가 가는 길이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자는 선문을 열고 곤륜으로 가면 된다
생과 삶을 살면서 삶과 생에서 벗어나 살아가고픈 꿈, 선문의 문을 열고 닫는 열쇠는 누구에게 있는가?
선문 입구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노라니 마침 열차가 지나간다
얼른 카메라를 집어들어 렌즈에 담는다
강변길은 갈대밭도 지나고
호젓한 송림을 지나기도 하면서
흐르는 강물을 벗삼아 그렇게 계속 이어진다
열차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에서 10여분 기다리니 이윽고 협곡열차가 이리로 오고 있다
우리가 타고 갔던 협곡열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분천과 철암사이를 오고가고 있는 모양이다
철로 제방길을 따라 가다가
계단을 따라 오르니
양원역 플래폼으로 올라선다
이 양원도 12선경 중의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 본 제7선경 양원(兩元)
허허벌판에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인 양원역이 외롭게 서 있다
양원역에서부터 비동 임시승강장까지의 구간은 '체르마트길'로
체르마트는 스위스의 알프스산맥 주변 지역으로 체르마트역에서 5개의 호수를 따라 걷는 트레킹이 유명하다
2013년 5월 한국-스위스 수교 50년을 기념해 분천역이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하면서
체르마트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
제8선경 암징대(暗澄臺) / 명암대(明暗臺)와 명징대(明澄臺)
명암은 밝음과 어둠으로, 우리들 모두가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내는 방식의 세상이다
나의 '명(明: 밝음)'을 위하여 타인의 '암(暗:어둠)'이 힘이 되기도 하는 그런 세상, 세속이고 속세이다
나의 '밝음'을 위하여 애써 타인을 '어둠'으로 밀어 넣기도 하는 세상
타인의 장애를 빌미로 나의 밝음을 더욱 밝게 하는 세계
속인들의 삶이며 곧 너희들이 보고 안고 풀어야 하는 세상이다
명암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어둠을 어둠으로 품든 밝음으로 품든 명과 암이 둘이 아님을 헤아려서 보듬어야 할 것이다
용골 쉼터
커피, 냉커피, 컵라면, 목청꿀 등을 판매한다고 적혀있지만 문은 닫혀 있다
하긴 차길도 없는 이런 오지까지 물건을 지고 나르는 것이 예사 노역이 아니었을터 ~
용골 쉼터를 지나면 이번 트레킹 중 유일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고개를 넘어 다시 내려가고 .....
그렇게, 사람은 고개를 넘고 강은 U자형으로 휘감아 돌아 다시 만난다
철교로 올라 서 철로 옆으로 난 길을 가면 .....
비동 임시승강장이다
이 역은 무궁화호 열차에서 내린 승객이 협곡열차(v트레인)로 갈아 타는 임시 승강장이다
이 비동(肥洞)도 12선경 중 제9선경으로 이름을 올려 놓았다
철교 밑으로 내려와 갈림길에서 왼쪽 분천역.승부역 방향으로 간다
체르마트길도 끝이 나고 지금부터 길은 잠수교를 건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 다소 지루한 길이 계속된다
제10선경인 월원(月園) / 달의 정원
월원은 넓은 거울같은 영지(影池)와 영지에 반쯤 잠긴 와탑암(臥塔巖)을 타고 하늘 길을 걷는
달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곳이다
월원 앞의 잠수교를 건너면 나오는 비동마을 입구에서 왼쪽 분천역 쪽으로 간다
비동마을 입구는 승부역에서 출발하는 낙동정맥 트레일과 낙동강 세평하늘길이 만나는 곳이다
승부역에서 출발할 때 오른쪽 다리를 건너면 ‘낙동정맥 트레일’ 제2구간을 따라 배바위고개를 넘어
이곳 비동마을 입구로 나오게 된다
도로를 따라 지루한 길을 걷는데 오른쪽에 시원한 소나무밭이 펼쳐지고
소나무 정원에서 딱딱한 포장도로를 걷느라 아파오는 발을 잠시 쉬게한다
소나무 정원 끝에는 제11선경인 와유곡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더니
드디어 가만이 누워 마음으로 유람하는 골짜기라는 와유곡(臥遊谷)이 펼쳐진다
와유곡을 바라보며 시원스레 눈 호강을 하고
분천역이 가까워지는 막바지, 길 가 이정목에 12선경 중의 마지막 선경인 '용화동천'이 적혀 있지만
용화동천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용화동천이라는 호칭을 들을만한 비경도 주위에 보이지를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주변 강가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그리고,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하여 종점인 분천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전 11시38분에 승부역을 출발하여 오후 3시20분에 도착을 하였으니
약 12.5km 거리의 세평하늘길을 3시간 42분동안 걸었다
(점심시간 약 15분 포함)
생각보다 비경은 아니었지만 한 번은 걸어볼 만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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