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없다. 백두대간이 있을 뿐이다."
산꾼들은 지리 과목의 영원한 고전인 '사회과 부도'를 거부한다. 그 이면에는 '산경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산경표는 1769년 여암 신경준이 만들었다는 설이 있지만 신경준은 산경표의 원전이 된 '여지고'를 집필했을 뿐 산경표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라는 설도 있다.
이 책이 발견되기 전까지 통용돼 온 국내 산맥 분류체계는 1903년 일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가 14개월간의 벼락치기 지질조사 결과를 토대로 만든 것이다. 지질을 중심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강에 의해 끊어진 산줄기를 모아 산맥으로 분류하는 등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는 분류체계였다.
산경표는 지난 1980년대 서울 인사동 고서점에서 처음 발견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 1986년 언론매체에 산경표를 토대로 한 '백두대간'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대간과 정맥, 지맥 등 새로운 지리체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산경표는 족보를 기록하는 방식을 따 백두산에서부터 산줄기를 자손들 이름을 붙이듯 써 내려 간 책.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기둥줄기를 백두대간이라 이른다. 이 기둥줄기로부터 뻗어나간 산줄기를 정간·정맥으로 분류한다.
그 가운데 백두대간 끝자락 영신봉에서 섬진강과 낙동강 수계를 가르며 남하하는 산줄기가 바로 낙남정맥이다. 낙남정맥은 남으로 남해바다를 두고 서쪽으로 섬진강, 북쪽으로 낙동강을 가르는 한반도 최남단 산줄기다. 이 낙남정맥은 가야왕국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신라 이전부터 주변 지역과 호흡을 같이 해 왔다. 그래서 이 산줄기를 타면서 역사의 숨결까지 느끼고자 하는 산꾼들이 많다.
낙남정맥의 도상거리는 약 220㎞. 실제 답사거리는 300㎞가 넘어 보통 20회 가량 나눠 종주를 실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 낙남정맥은 김해 용지봉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를 어디에서 매듭지을 것인지를 놓고 기존 낙남정맥과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